[이슈분석] 北 스마트폰엔 '별별 정보'가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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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스마트폰 평양 터치(모델명 평양 2418) 본체와 애플리케이션 모습.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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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스마트폰 평양 터치(모델명 평양 2418) 본체와 애플리케이션 모습.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북한 스마트폰 '평양터치(모델명 평양 2418)'는 △교육 △의료 △농업 △게임 애플리케이션(앱)을 총망라했다. 인공지능(AI)·생체인증·트리플카메라 등 최첨단 기능 대신 생활에 필요한 정보 제공에 방점을 찍었다.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수준과 비교하면 북한은 낮은 수준이지만, 스마트폰을 생필품으로 사용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걸 보여준다.

◇주체사상 교육부터 외국어 공부까지

평양터치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수록하고 있는 앱은 '조선대백과사전'이다. 16GB 마이크로SD 카드에 정보가 담겼다. 1995년부터 2001년 사이에 출판된(30권 분량) 북한 사회주의 주체사상 전자사전 프로그램을 하나로 모은 앱으로, 북한 경영업무연구소가 제작했다. 정상 교육이라기보다는 북한군 전투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담고, 김일성·김정일을 우상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광명 1.20' 앱은 사회·과학교육·상식·의학·문예 등과 관련된 책을 볼 수 있는 도서열람기다. 북한 주체 사상에 대한 내용를 주로 다루지 않았다는 점이 조선대백과사전과 대조된다. '건강과 장수의 열쇠' '력사에 남긴 세계일화' '과학기술인재양성과 정보사업의 발전동향' '표계산프로그람 엑셀' 등 38페이지부터 700페이지에 이르는 다양한 도서가 수록됐다.

평양터치에는 언어 교육과 관련된 앱도 다수다. '조선말 삼흥'은 북한 문화어에 대한 내용을 사전으로 제작한 앱으로 우리나라 국어사전과 비슷한 구성이다. '대한민국', '한국'은 아예 검색이 되지 않는 등 폐쇄적이다.

'학원중국어' 앱은 실제 평양 외국어학원 중어반에서 사용 중인 교재를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구분해 수록했다. 1학년 중국어 교육 내용에는 '발음', 2학년 교육 내용에는 '문장', 3학년 교육 내용에는 '대화' 등 갈수록 난이도가 업그레이드된다. 이 밖에 '새옥편'과 '대중옥편'에 적용된 한자와 여러 한자 상식정보를 제공하는 '한자사전 1.0', 2300여개 영어 문장을 초보 문법체계에 따라 분류한 '영어A로부터 Z까지' 앱도 눈에 띈다.

'다국어 삼흥'은 △영어 △러시아어 △중국어 △일본어 △독일어 △불어 등 다국어 사전을 하나로 모은 앱이다. 여기에 수록된 단어는 200만개를 상회한다. 영어 단어에 대한 의미를 설명하는 부분에도 북한말(문화어)만 사용한 것이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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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스마트폰 평양 터치 내 시력검사 애플리케이션.

◇시력검사·소변검사 진단도 '스스로'

평양터치에서 지원하는 '명의원 3.0' 앱은 △종합진단 △예진 △치료법 △약검색 △의학상식 △시력검사 △체질분류 △어린이·노인질병상식 등 정보를 제공한다. 북한에는 병원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 가정에서 스스로 진단하고 예방·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게 앱 개발 목적으로 추정된다.

종합진단 카테고리에는 내장질병부터 신경외과, 안과, 피부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 자가진단 목록이 담겨 있다. '소변검사'를 선택하면 △오줌이 맥주색이다 △오줌이 흐리다 △오줌이 쌀뜨물 같다 △오줌을 누고 싶은 생각이 없다 △피오줌이 간헐적이다 등 여러 개 체크항목이 뜬다. '오줌이 맥주 색이다' 등 진단 목록을 선택하면 콩팥결핵·방광염 등 발병 가능성을 퍼센트(%)로 알려주는 방식이다.

예진 카테고리에서 '잠들기 힘듭니다'라는 문구를 선택하면, 추가 질문으로 '낮에 긴장감을 느낍니까?'라고 묻는다. '그렇다'고 답하면 '심리적으로 초조한 상태'라는 진단을 내린다. '전문가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대책도 내놓는다. 치료법은 대부분 민간요법 성공 사례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허리 아픔'에 대한 치료법을 선택하면 '60살 사무원이 판자포단으로 허리아픔을 치료했다'는 설명문이 뜬다. 치료 경과에 대한 상세 내용도 확인 가능하다.

아날로그 방식이지만 가장 흥미를 끈 카테고리는 '시력검사'다. 실제 시력검사에서 사용되는 검사판이 뜨고 거리 2미터를 유지하라는 안내문이 나타난다. 시력은 0.1부터 2.0까지 모두 검사 가능하다. 시력 검사 이외에도 색맹검사(색각검사)가 포함돼 있는데, 우리나라 검사 방식과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 만큼 비슷하다.

◇과학농사 356일 지원프로그램?

평양터치에 기본 탑재된 '천하지대본' 앱은 시기·지역·업종 등에 따라 가장 과학적으로 농사 지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2018년 10월 8일 평안북도 신의주 지역을 검색하면 △해뜨는 시간 △해지는 시간 △낮시간 △최고기온 △최저기온 △평균기온 등을 안내한다. '강냉이'를 수확할 예정이라고 선택하면 '강냉이는 한 이삭에서도 모든 알이 같이 여무는것이 아니라 아래부위로부터 위부위로 올라오면서 점차 여문다' 등 기본적인 체크사항을 알려준다.

농·축산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북한 주민의 필요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이 이목을 끈다. 농사 교육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고 판단, 앱을 통한 과학적 농사 방식을 전파하기 위해 앱을 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스마트폰 이용자 다수가 평양 등 도시에 몰려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용성이 얼마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이 밖에 평양터치에는 △보석맞추기 △별찌까지 △5인주 2.0 △2048 △주패놀이 △장기명수 △류경바둑 △타일맞추기 게임 앱이 탑재됐다. 별찌까지는 같은 색 모양을 가로, 세로로 맞춰 없애 나간다는 점이 국내 게임과 유사하다. 2048은 수학퍼즐 스도쿠와 거의 방식이 동일하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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