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시장 순위를 출렁이게 했던 '채굴형 거래소'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치는 모습이다.
채굴형 거래소 대표 주자로 출범 두 달 만에 세계 거래소 시장 선두 자리를 꿰찬 에프코인도 일 거래량이 급감했다. 암호화폐를 거래할 때마다 자체 발행하는 토큰을 지급, 수수료 수익을 배당하는 구조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지속가능성에서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3일 업계와 암호화폐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한때 9조원에 육박하던 에프코인 일 거래량은 120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5월 출범한 에프코인은 거래소 이용자가 거래를 할 때마다 자체 토큰(FT토큰)이 채굴되는 '트레이딩 마이닝'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거래를 할수록 이용자는 많은 토큰을 얻는다. 거래소는 이용자가 보유한 FT토큰 개수에 따라 차후 수수료 수익을 정산에 배당한다. 시세에 따라 토큰을 거래소에서 직접 팔 수도 있다.
에프코인은 트레이딩 마이닝 수익에 혹한 이용자가 대거 몰리면서 급성장했다. 그러나 수익을 배당하고 시장에 풀린 자체 토큰을 소각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인 FT토큰 가치 유지에 실패했다. 거래량이 급격히 늘면서 FT토큰 공급량도 빠르게 늘었고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토큰 가격이 폭락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토큰 가치 급락으로 거래량과 이용자가 점차 줄었고 이는 다시 수수료 배당 기대 수익 감소로 이어지면서 더 많은 이용자가 에프코인을 떠나는 악순환을 초래했다”며 “에프코인 출범 당시부터 제기됐던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현실화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프코인 위기에도 채굴형 거래소 모델을 차용한 후발 주자는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중국계 거래소인 비트지와 코인베네는 트레이딩 마이닝을 적용, 거래량을 늘렸다. 국내에서도 코인제스트, 캐셔레스트 등이 등장해 빗썸, 업비트 등 선두 주자 턱밑까지 추격했다. 국내 대표적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도 자체 토큰 발행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트레이딩 마이닝 모델 자체는 새로운 시도로 큰 의미를 부여한다. 암호화폐 거래소 이용자 역시 블록체인 생태계에 참여하는 주체로 보상을 공유 받을 수 있는 주요 수단이라는 평가다. 다만 토큰 가격을 부풀리기 위한 비정상적 거래량 증가와 거래소 간 과당 경쟁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채굴형 거래소와 별개로 기존 중앙형 거래소 단점을 개선한 탈중앙화 분산형 거래소에 대한 관심도 커진다. 분산형 거래소는 중개 없이 개인 간 직거래가 이뤄지는 형태다. 상대적으로 보안성이 우수하고 거래소 시스템 점검이나 출금 제한 등에서도 자유롭다. 느린 거래 속도가 단점이지만 최근 기술 개선으로 상당 부분 해결됐다.
업계 관계자는 “암호화폐 거래소 산업도 대형 거래소 중심으로 시장 구도가 형성되고 참여 주체가 확대되며 점차 고도화되는 추세”라며 “후발 주자 시장 진입을 위해 새로운 시도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