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위기에 빠졌다. 중국 경제성장 둔화와 신흥시장 경제 위기 우려 등으로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설자리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 여기에 업체 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 미국 정부가 최근 수입 자동차에 20~25%의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어 향후 시장 전망도 밝지 않다.
올 상반기 국내 자동차 산업 실적을 집계한 결과, 국산차 수출과 생산이 6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산차 수출량은 올해 상반기 121만 554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나 줄었다. 2009년 93만 9726대 이후 최저치다.
내수 시장 상황도 녹록치 않다. 현대·기아차와 한국지엠, 쌍용차, 르노삼성 등 국내 완성차 5사는 올해 상반기 동안 75만7023대를 팔아 작년 상반기(77만9686대)보다 2만2663대(2.9%) 감소했다.
이 가운데 국내 자동차 전문가들은 전통적 자동차 산업 위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지금의 자동차 산업 위기를 극복할 대안으로 친환경차 기반의 커넥티드·자율주행차 선점을 위한 패러다임 전환을 꼽고 있다.
최웅철 국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특히 기후문제 해결을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과 함께 전기차 확산은 다양한 연관 산업의 발전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라며 “글로벌 IT기업 주도로 성장해온 자율주행차 기술은 매우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전자·정보통신 기술을 바탕으로 미래차 기술 선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완성차 등 결과물을 서둘러 내놓기 보다는 자율주행 기술이나 안전 검증을 위한 체계적인 기술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는 시대적인 요구이자 피할 수 없는 대세로 국내 업체들이 최근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차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디젤차 이후 시대를 미래차 시대를 대비한 새 먹거리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보통신기술(ICT)과 전통 자동차 산업 간 발빠른 융합 전략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내연기관 시절에는 '패스트 팔로어' 전략이 유효했지만 미래차는 완성차, 부품사,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간 협력 연구개발(R&D)을 통한 경쟁력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초 신년사를 통해 “세계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고, 각국의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업체 간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며 “미래 자동차 산업을 선도해 나가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