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디스플레이 침체기, 언제까지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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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디스플레이 산업 침체기가 장기화되고 있다. 중국 패널사가 주도해 32인치 액정표시장치(LCD) 가격이 인상되면서 지난 8월부터 패널 거래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완전한 회복기라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불안 요소가 많다. LCD 공급과잉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계속 LCD에 투자하고 있어 상승 흐름이 올 연말과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설비 투자 시장도 확실한 성장 모멘텀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 초대형 투자로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성기를 이끈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 신규 투자를 하지 않았다. 중국도 OLED 투자 속도를 조절해 이렇다 할 반전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사라지지 않는 기대감…삼성디스플레이 신공장 투자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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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전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에 공급할 중소형 플렉시블 OLED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2016년과 2017년에 걸쳐 20조원 이상 설비 투자를 단행했다. 삼성전자의 2015년 디스플레이 부문 설비투자는 4조7000억원이었으나 A3 설비 투자를 시작하면서 2016년 9조8000억원, 2017년 13조5000억원으로 크게 증가해 역대 최대 투자 기록을 세웠다.

반면에 올 상반기 설비 투자는 누적 1조9000억원에 불과했다. 기존 설비 유지보수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신규 투자는 전무했던 셈이다.

업계는 삼성디스플레이가 2019년에 신규 설비 투자를 다시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연구개발 중인 대형 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 양산 투자 규모와 시기를 내년 상반기에 결정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양산을 앞둔 폴더블 디스플레이도 추후 시장 반응에 따라 설비를 증설할 필요가 생길 수 있다. 기존 리지드(경성) OLED 생산라인을 플렉시블로 전환할 수 있지만 폴더블 스마트폰이 프리미엄 시장에서 점차 점유율을 높인다면 기존 설비로는 수요를 감당하기 힘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22년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 규모를 약 1억대로 추산하고 자동차, 가상현실(VR) 시장 성장까지 감안하면 연간 약 40만5000장 규모 플렉시블 OLED 생산능력이 필요하다”며 “초기 투자부터 양산까지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2019년부터 관련 투자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국내 장비기업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기존에 없던 전혀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때 초도 물량을 상당히 소량만 생산해서 시장 반응을 살피는 경향이 있다”며 “올 연말 발표하고 내년 초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초기 물량을 대규모로 풀기보다는 소량 생산해 사용자 반응을 살핀 뒤 이후 모델부터 본격 판매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차세대 대형 TV 패널 기술로 연구개발 중인 QD-OLED도 신규 투자를 촉발하는 핵심 중 하나다. 퀀텀닷과 OLED 장점을 결합한 새로운 하이브리드 기술이어서 아직 해결해야 할 기술 과제가 많다. 광원으로 사용하는 청색 OLED의 수명, 퀀텀닷 재료를 증착이 아닌 잉크젯 기술로 인쇄하는 시도 등이 난제로 꼽힌다.

대형 옥사이드(산화물) TFT 기술 경험이 부족한 것도 숙제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는 A3 공장에서 대형 옥사이드 TFT를 연구하며 양산에 대비하고 있다.

업계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내년 상반기까지 QD-OLED 연구 결과를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양산 투자 일정과 규모를 결정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존 공장에서 8세대 이상 TFT를 양산하기 힘든 만큼 차세대 대형 패널을 생산하기 위해 새로운 A5 공장에 투자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양산하기 위한 추가 설비 투자 기대감도 형성되고 있다. 가동이 임박한 A4 공장과 기존 A3 공장에서 폴더블 OLED를 양산해 초기 시장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폴더블 스마트폰 수요가 급속히 증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투자 움직임이 생길 것으로 추측된다.

◇中, 투자 신중해졌지만 여전히 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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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E는 2017년 12월 20일 허페이 B9 생산라인을 점등하고 주요 고객사에 75인치 8K 해상도 패널 샘플을 전달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사진=BOE)

LCD 공급과잉으로 한국과 대만뿐 아니라 중국 패널사도 수익이 급감하면서 현지에 디스플레이 투자 신중론이 불거졌다. 특히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부채비율을 낮추고 기존 투자 사업의 수익성을 재검토할 것을 주문하자 지역에 첨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디스플레이에 공격 투자하는 속도가 다소 주춤해졌다.

하지만 플렉시블 OLED를 중심으로 여전히 중국이 활발히 투자하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기존 투자한 플렉시블 OLED 설비를 안정화하고 수율을 확보하기 위해 2단계 투자 일정을 조정하는 기류는 있지만 큰 흐름에서 강력한 투자 기조를 이어나간다고 내다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세계 LCD 가격 침체 원인으로 중국의 공격 투자가 지목됐고 중국 관련 기업들 실적도 나빠져서 현지 지방정부 중심으로 책임론이 불거질까 신경 쓰는 분위기”라며 “OLED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고 있어서 OLED 중심으로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가 강해졌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DSCC는 올해 OLED와 LCD를 모두 포함한 세계 디스플레이 장비 투자의 88%가 중국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OLED 투자 83%, LCD 투자 93%를 중국이 주도할 것으로 분석했다.

디스플레이 생산능력 투자는 중국이 독보적 행보를 이어나갈 전망이다. 중국의 생산능력 증가율은 2017년에서 2022년까지 연평균 17% 증가하지만 다른 지역은 3% 이상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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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국가별 연간 디스플레이 투자 점유율 전망 (자료=DS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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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국가별 LCD 생산능력 전망 (자료=DSCC)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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