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BMW화재 바이패스밸브 오류 가능성...'열받은 엔진에, 고온가스 더 뿌렸다'

냉각수 온도 50도 이하 아닌 100도서도 열리도록 조작 의심

BMW가 엔진 효율을 높이고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고온 배기가스가 냉각기(쿨러)를 거치지 않도록 차량을 설계한 정황이 본지와 민간 전문가 실제 주행 테스트를 통해 확인됐다. 디젤차는 고온 배기가스를 냉각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BMW는 주행 상황에 따라 이 과정을 무시하도록 설계했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테스트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BMW가 리콜을 하고 있는 EGR 모듈과 쿨러 교체뿐만 아니라 바이패스 밸브의 과도한 작동과 그와 관련한 제어로직 확인까지 좀 더 세밀한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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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석 선문대 교수가 BMW GT 차량에 바이패스 밸드 개폐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진공측정기를 장착하고 있다.

27일 본지가 국내 자동차 전문가(최영석 선문대 교수·이호근 대덕대 교수)와 함께 BMW 리콜 대상 안전 진단을 받은 3개 차종(520d·320d·GT), 리콜 대상이 아닌 디젤차(320d) 등 총 4대에 대해 실제 주행 테스트를 진행했다. 테스트는 여러 측정 장비를 탑재한 후 실 도로 주행을 통해 이뤄졌다. 주행 중에 냉각수 온도에 따른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용 바이패스 밸브 개폐 여부 확인에 초점을 맞췄다. 바이패스 밸브는 BMW가 화재 발생 조건으로 지목한 네 가지 가운데 하나다.

국토교통부 등 정부와 관련 기관을 포함해 BMW 외부 단체에서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한 현장 테스트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테스트에서 BMW코리아가 실시한 긴급 안전 진단을 받은 차량 3종(520d·320d·GT) 모두가 고속 주행 중 냉각수 온도 80~100도 사이에서 바이패스 밸브가 열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에 리콜 대상이 아닌 2010년식 '320d'는 일반 디젤차처럼 바이패스 밸브가 정상으로 작동했다. 바이패스 밸브를 여는 횟수가 잦으면 디젤차 연비 효율 향상과 배출가스를 낮추는 데는 유리하다. 반면에 엔진룸·흡기부 등 차량의 안정적 열관리에는 악영향을 미친다. BMW가 엔진 효율을 높이기 위해 바이패스 밸브를 과도하게 열도록 차량을 설계했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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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 중인 BMW 520d 차량, ECU 진단기에 냉각수 온도는 89도, 진공측정기 수침을 통해 바이패스 밸브가 열린 상태임을 확인할 수 있다.

바이패스 밸브는 고온 배기가스를 냉각기로 보내거나 엔진룸, 흡기다기관으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통상적인 차량 운영 지침에 따르면 바이패스 밸브는 냉각수 온도가 50도 이하에서만 차량 내부 쪽으로 열리도록 설계된다. 저온에서는 고온 배기가스가 엔진 구동 효율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엔진룸이 고온인 때는 배기가스로 인해 엔진룸 과열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테스트에 참여한 BMW 리콜 대상 차종은 냉각 온도가 100도에 가까운 상황에서도 바이패스가 엔진룸 방향으로 자주 열렸다. 이는 BMW가 밝힌 화재 원인과 큰 틀에서는 같다. 그러나 발화 원인이 쿨러가 아니라 바이패스 밸브 오류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BMW 본사는 화재 원인으로 △쿨러 누수 △긴 주행 거리 △장시간 주행 △바이패스 밸브가 열린 상태 등 네 가지 조건이 동시에 이뤄지는 경우라고 설명해 왔다.

바이패스 밸브가 닫혀야 될 상황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열려 있는 상태가 지속되는 것만으로 고온 배기가스가 유입, 천공이나 냉각수 누수 등으로 이어져서 화재를 발생시킬 확률을 크게 높였다는 해석이다.

최영석 선문대 교수는 “냉각수 온도 50도 이하에서만 열려야 할 EGR 바이패스 밸브가 고속주행에서 열리는 게 실제 주행을 통해서 확인됐다”면서 “온도가 500~600도 되는 배기가스가 유입, 플라스틱 소재 인테이크 파이프를 녹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매우 짙다”고 말했다.

이번 테스트 결과 추가 화재 사고를 막기 위해 해당 부품 오작동 및 결함 여부 등 정밀 조사와 바이패스 밸브에 대한 응급조치가 시급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표】BMW 디젤 차량 주행 테스트 현황

[단독]BMW화재 바이패스밸브 오류 가능성...'열받은 엔진에, 고온가스 더 뿌렸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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