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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필요한 일이네요. 고령화 사회에서는 꽤 인기 있겠는데요.” 지난 2002년 노인의 경험과 지혜를 세상과 공유하기 위해 태어난 인터넷신문 실버넷뉴스가 늘 들어오던 말이다. 기자 13명이 함께 시작한 실버넷뉴스가 지금 270명을 넘어섰지만 노인은 여전히 돌봄의 대상으로만 여겨지고 있다. 사회 주체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는 이유가 “실버는 조용하고 권력 주변과 큰 목소리의 주인공이 우선 대상”이기 때문이라면 서글픈 현실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큰 기대를 건 4차산업혁명위원회도 별반 다르지 않다. 노인 관련 정책을 찾아 위원회와 관련 부처 자료실을 열심히 뒤져도 별로 소득은 없다. 700만명이 넘는 실버 관련 정부 정책은 보고서 마지막 부분을 채우는 구색 맞추기 또는 면피 수준이다. 가끔 인기몰이 정책이 동원되기도 하지만 일시적이다. 실버는 4차 산업혁명의 뒷전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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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우리나라 인구의 15%가 넘는 실버 대상의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산업, 복지, 생활을 단순한 지원이 아닌 글로벌 시장 진출과 국민 행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실버 대상 4차 산업혁명 시장과 정책을 재점검하고 돌봄 중심에서 벗어난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사물인터넷(IoT) 기반 의료,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반 복지 및 일자리 창출, 정보 보호 기반 실버 사기 피해 방지,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정보 공유, 블록체인 기반 건강 및 복지 관리, 실버의 글로벌 교류 등 분야는 다양하다.

실버 인구는 지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6년에는 실버 인구가 총인구 대비 20%가 넘는 초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은 계속 확대되고 실버 건강 상태도 양호하다. 상속하지 않는 부유 실버도 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참여할 기본이 된다는 뜻이다. 장애인 안내 로봇, 배움 충족을 위한 사이버 교육, 망각 복원 치매 억제 소프트웨어, 독거 실버 도우미 로봇, IoT 기반 만성질환 치료제 투입기,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 등 실버뿐만 아니라 글로벌 신산업 창출에 적합한 4차 산업혁명 서비스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실버의 참여도 중요하다. 스스로 4차 산업혁명 서비스와 환경 변화에 적응하고 4차 산업혁명이 생성하는 혜택 누리기에 익숙해져야 한다. 지하철에서 스마트폰 게임과 쇼핑을 즐기는 백발과 허약한 관절보조기를 제어하는 실버가 증가할수록 실버 산업은 발전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노약자 우선의 4차 산업혁명 정책 수립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규제 혁신을 요구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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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와 청년의 소통 및 협력은 미래를 여는 열쇠다. 실버의 경험 및 지혜가 청년의 열정, 과감성과 융합하면 성공 확률은 높아진다. 교과서만의 얘기가 아니다. 창업 열풍에 휩쓸려 좌충우돌하는 젊은이 또는 대학 강좌 수를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교수에게 선배의 경험은 강력한 원군이 되기 때문이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동원하면 가능한 일이다. 4차 산업혁명은 모두에게 차별 없는 기회를 제공하고 새로운 지각 변동을 동반하는 혁신이다. 우리의 당면 과제는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서비스를 급증하는 실버 세대에게 적합하도록 재설계하는 일이다. 미래 변화에 순응해 실버에게 꿈을 주는 정부와 4차산업혁명위가 되기를 기대한다. 정부의 과감한 정책 변화는 700만 실버에게 희망과 행복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