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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달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천체다. 태양과 더불어 육안으로 가장 크게 보인다. 인류에게 오랜 기간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언젠가는 달에 도달하기를 꿈꿨다.

인간이 달에 처음 발을 디딘 시점은 1969년이다. 아폴로 11호가 처음 달에 착륙하면서 지난한 인류의 꿈을 이뤘다. 하지만 오랜 기간 머무를 수는 없었다. 당시 아폴로 11호 승무원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은 21시간 36분을 달 위에서 보냈다. 유사 이래 오랜 염원과 기다림을 감안하면 턱없이 적은 시간이었다. 달은 지구와 환경이 다르고, 사람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물과 공기를 구할 길이 없었다.

최근 인류가 달에 장기간 머무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와이 지구물리행성학 연구소가 미항국우주국(NASA)의 근적외선분광법측정 자료를 재분석해 달 표면에서 얼음의 존재를 확인했다.

연구진이 얼음의 존재를 확인한 곳은 극지방의 태양 빛이 전혀 도달하지 않는 '영구 음영 지역'이다. 영구 음영 지역은 외부 운석의 충돌로 생긴 깊숙한 크레이터나 분화구 안에 존재한다. 늘 그늘이 져 얼음이 증발하지 않고 형태를 유지한다.

이번 관측이 특히 의미를 갖는 것은 달 표면에서 얼음을 관측했다는 것이다. 표면에 얼음이 있다면 어려운 채굴과정 없이 물을 구할 수 있다. 달에 얼음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이미 10년 전부터 나왔지만, 표면에서 발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표면에 있다고 해서 쉽게 얼음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얼음의 위치가 극지방이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크레이터와 분화구는 얼음이 존재하는 기반이 되지만,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도 만든다. 착륙 장소를 찾기 어려울 뿐더러, 설사 안전하게 착륙해도 실제 얼음이 위치한 곳까지 가는데 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실제 얼음을 확보하기만 하면, 사람이 달에 장기 체류하거나 거주하는 기지 구축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얼음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필수 요소를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얼음은 녹여서 물로 섭취할 수 있고, 산소와 수소로 분해할 수 있다. 산소는 사람의 호흡에, 수소는 로켓 연료로 활용 가능하다.

최규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래융합연구부 책임연구원은 “아직 확실한 양은 알 수 없지만 상당히 많은 양의 얼음이 달 표면에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며 “일단 얼음을 확보하고 이용할 수 있다면 인류가 달을 방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오랜 기간 동안 활용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얼음을 기반으로 달에 기지를 건설하면 더 먼 우주 탐사도 힘을 받게 된다. 달이 지구보다 우주로 나가는데 훨씬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발사체를 쏘아 올릴 기지 건설이 어렵지만, 일단 이 문제만 해결하면 인류를 더 먼 우주로 내보내는 기반이 된다.

달의 중력은 지구의 6분의 1 수준이다. 훨씬 적은 추진력으로 발사체를 쏘아 올릴 수 있다. 발사에 필요한 연료량이 극히 적어, 훨씬 적은 연료로 우주 먼 곳에 도달한다.

달이 지구를 공전하는 힘도 활용할 수 있다. 달은 시속 3000㎞가 넘는 속도로 지구 주변을 돈다. 이 원심력을 이용하면 더 큰 추진력을 발사체에 더할 수 있다. 태양계 밖으로 나가는 것에는 큰 이득이 되지 않지만, 화성을 비롯해 같은 황도면을 도는 천체로 갈 때는 적지 않은 경제성을 확보하게 된다.


방효충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도 참여하고 있는 '국제우주탐사협력그룹(ISECG)' 역시 달을 중계기지로 삼아 더 먼 우주로 나가는 '루나 게이트웨이'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며 “이번에 발견한 얼음은 달 기지뿐만 아니라 훨씬 큰 도전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