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하는 '동아사아철도공동체'를 제안했다. 한반도 경제지평을 북방대륙까지 넓히고, 동북아 '다자평화 안보체제'로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평화가 정착되면 경기도와 강원도 접경지역에 '통일경제특구'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달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 경협 계획을 제시해 북한에 적극적인 비핵화 조치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15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및 제70주년 정부수립 기념 경축식에서 “평화가 경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경의선과 경원선의 출발지였던 용산에서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 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안한다”면서 “공동체는 우리 경제지평을 북방대륙까지 넓히고 동북아 상생번영 대동맥으로 동아시아 에너지공동체와 경제공동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는 동북아 다자평화안보체제로 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동아시아철도공동체 6개국은 남북과 일본, 중국, 러시아, 몽골이다. 여기에 미국을 추가한다. 4월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철도, 도로 연결 사업을 속도감 있게 확장하겠다는 의지다. 주변국과 협력으로 한반도 공동번영을 함께 이루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남북 경제공동체 토대가 될 철도·도로 연결사업과 관련, 문 대통령은 “올해 안에 착공식을 갖는 것이 목표”라며 구체적인 계획도 내놨다.
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남북 경협 필요성에 많은 비중을 할애했다. 남북 간 전면 경제협력이 이뤄지면 일자리 창출 등 한국 경제가 도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자료를 인용해 30년간 남북경협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최소 170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북경협 양대 축이었던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이 재개되고 북한의 일부 지하자원 개발 사업을 더한 효과라는 것이다. 앞서 금강산 관광으로 8900여 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졌고, 개성공단은 협력업체를 포함해 10만 명에 이르는 고용창출이 이뤄진 점에 주목했다.
문 대통령은 “군사 긴장이 완화되고 평화가 정착되면 경기도와 강원도의 접경지역에 통일경제특구를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경제특구는 북한 개성공단처럼 우리의 기술과 자본, 북한의 노동력을 결합해 우리 측에 경제특구를 설치하는 것이다. 많은 일자리와 함께 지역과 중소기업이 발전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게 문 대통령 설명이다.
다만 협력사업 전제는 '북한의 비핵화'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행과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포괄적 조치가 신속하게 추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내달 남북정상회담이 예정됐고, 이에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도 논의되고 있다. 최근 북미 교착상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비핵화 조치를 주문했다.
경축식에는 광복회원과 독립유공자 및 유족들, 4부 요인과 원로, 정당대표, 종단대표, 정부 주요 인사, 주한외교단, 시민, 학생 등 2200여명이 참석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