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의 그림자규제가 보험업계를 넘어 카드·저축은행 등 2금융권 전반으로 확산일로다.
금감원은 지난 3월 카드사에 캐시백과 할인, 무이자할부 등 일회성 마케팅 축소를 권고하는 공문을 보냈다. 골자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등을 앞두고 과도한 마케팅 경쟁이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공문은 단순 행정지도지만, 금감원은 마케팅이 과도한 회사에 대해 비용공개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그림자규제다.
카드사 관계자는 “정부가 카드 수수료율 개입에 이어 마케팅까지 개입하는 건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일회성 마케팅의 경우 고객 편의 측면에서 아파트 관리비나 세금납부 캐시백 등이 많은데 일률적으로 이를 재단하려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고금리가 과도하다며 금감원이 최근 저축은행 비용구조를 공개한 것도 논란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30일 '저축은행 가계신용대출금리 운용실태'를 발표, 처음으로 저축은행별 고금리대출 잔액과 비중, 수익성 지표 등을 공개했다. 고금리로 수익성이 과도하니 금리를 내리라는 무언의 압박이다. 물론 금융사의 과도한 금리 장사도 문제지만 정부의 획일적인 개입이 경제질서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저축은행 누적 가계대출 중 신용대출은 총 10조2000억원, 전체 가계신용대출 대출자 109만1000명의 78.1%(85만1000명)은 연 20%가 넘는 고금리를 부담하고 있다. 또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은행권보다 매우 높고 특히 가계신용대출을 주력으로 취급하는 일부 대형 저축은행의 경우 업계 평균보다 2배나 높다.
금감원은 분기(3개월)마다 고금리대출 과다 저축은행의 취급현황 및 대출금리 원가구조 등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저축은행들은 현재 정책에 따라 금리수준을 내리고 중금리대출을 확산하는 등 노력을 하는 상황에 누적 대출금리를 거론해 고금리로 약탈을 자행한다는 프레임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법정금리(24%)를 준수하고, 중금리대출도 늘리면서 전체 금리수준은 내려가고 있는데 총 누적대출 자산을 근거로 고금리 장사를 하고 있다는 시각은 적절치 않다”며 “분기마다 공개한다는 것도 결국 금감원이 정한 암묵적 룰에 따르지 않으면 무조건 '고금리 저축은행'이라고 낙인을 찍는 결과”라고 말했다.
정치권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일괄구제, 제가 봤을 때 기가 막힐 일”이라며 “소비자 보호, 서민 보호면 모든 게 다 통용되느냐, 법적으로 줄 의무가 없는데 주라는 것은 (보험사 돈을) 빼앗아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종석 의원도 “금감원이 법적 근거가 없는 일괄 구제를 지도하고 엄정대응하겠다고 밝혔는데 금감원이 가이드라인이나 지침을 통해 의무가 없는 일을 보험사에게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직권남용”이라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