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다음달 학교폭력과 유·초등 방과 후 영어 수업 개선 방안에 대한 정책숙려를 시작한다. 교육부는 내년에도 정책 숙려제도를 이어갈 계획이다. 정책 숙려제가 교육 정책 결정의 주요 도구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교육부는 내달 두 가지 과제에 대한 정책 숙려 시행 계획을 수립하고, 조사업체 선정 작업 등을 거쳐 9월부터 국민의 의견을 듣는 숙려 과정을 진행한다고 29일 밝혔다.
정책숙려제는 교육부가 정책 입안 시부터 국민의 의견을 듣기 위해 올해 처음 마련한 제도다. 수능 개편, 유·초등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 등 여론에 밀려 각종 정책을 유예한데 따른 비난이 이어지자, 교육부가 정책을 입안할 때부터 국민 의견을 듣기 위해 도입했다.
숙려제를 적용한 첫 정책은 학생부 개선안으로, 최근 시민정책참여단의 숙려 결과가 도출됐다. 교육부는 이를 반영한 학생부 개선안을 다음달 마련할 예정이다. 경시대회·자기소개서에 대한 교육부의 학생부 개선안과 다른 방향으로 개선 권고안이 나왔지만, 교육부는 이를 반영키로 했다.
1호 정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교육부는 곧바로 2호와 3호 정책숙려 작업을 시작한다. 숙려제는 국민 의견 분석과 권고안 도출 두 가지 트랙 중 하나로 진행된다. 국민 의견 분석은 패널조사와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 의견을 듣는 형태다. 권고안 도출은 시민정책참여단이 토론을 통해 권고안을 마련하는 형태다. 학생부 개선안 마련은 두번째인 권고안 도출 형태로 진행됐다.
교육부는 학교폭력과 유치원 방과 후 수업에 대한 방식을 결정해 9월부터 모니터링단이나 시민정책참여단을 꾸려 숙려한 후 결론을 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학교폭력과 관련된 제도는 모두 법령과 관련된 사항이어서 개선방안에 따라서는 법 개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숙려 프로세스를 마무리하고 결론을 낼 계획이다. 학교폭력에 대한 교사의 재량 범위와 가해자·피해자 처벌 범위 등이 숙려제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치원 방과 후 영어 수업 금지는 영어유치원과 형평성 등으로 논란이 됐다. 공교육에서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를 배운다는 점 때문에 유치원 방과 후 영어 수업도 하지 못하도록 했으나, 오히려 학부모들에게 영어유치원 등에 대한 부담만 키운다는 비판을 샀다.
2호와 3호 숙려 과정에서는 1호 과제에서 부족하다고 지적을 받았던 부분을 보완해 진행한다. 대입특위 공론화위원회와 같은 공론화를 전문적으로 다룰 조직이 없어 숙의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국민적 관심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학생부 개선방안에 대한 숙려과정을 진행했지만, 숙려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받지 못했다. 공론화를 전담할 위원회 등을 꾸릴 계획이다.
교육부는 두 가지 과제 외에 청와대 국민 청원 등에 이슈가 되는 과제들은 추가로 숙려제 적용을 검토할 예정이다. 또 연말에는 내년에 숙려제를 적용할 과제를 선정한다.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정책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숙려제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숙려제는 국민에게 정책결정을 미루려는 것이 아니라, 국민 의견을 듣는 기법이 달라진 것”이라면서 “정책 결정의 책임은 교육부가 진다”고 설명했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