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감정을 가진 로봇개발이 화두가 되고 있다. 올해 2월 MWC(Mobile World Congress) 전시회에서도 그랬다. 소프트뱅크의 인공지능(AI) 로봇 '페퍼(Pepper)'는 카메라, 3D센서, 마이크로 표정과 목소리를 인식하고 클라우드 서버에 탑재된 엔진으로 감정을 가늠하는 시연을 했다.
감정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먼저 감각과 감성의 차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인간은 감각(Sense), 감성(Sensibility), 감정(Emotion)의 단계를 통해 외부환경과 반응하고 소통한다.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오감으로 대변할 수 있다. 감각의 디지털화는 상대적으로 구현이 쉽다. 오감을 전기 신호로 바꾸는 센서(Sensor)가 대표 산물이다.
최근에는 인간이 감지할 수 없었던 적외선, 전자기장, 중력 등 소위 육감의 범위까지 확장하고 있으며 감성과학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입출력도구 기능을 위해 새로운 감성표현이 가능한 감각센서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감성은 감각에 의한 외부자극을 받아들이는 객관적 능력이다. 반면에 감정은 감성에 의해 받아들인 정보가 뇌의 화학 반응을 통해 외부로 표출되는 매우 복잡한 과정으로 알려져 있다.
감정의 디지털화는 어떻게 가능할까? 오감센서를 통해 입력된 정보로 가급적 인간 감성에 가깝게 변환하고, 인공지능 반도체와 학습을 통해 의사결정 후 감정 형태로 표현하는 메카니즘을 에너지, 처리속도, 크기 관점에서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구현하는 것이 1차적인 접근방법이다.
그러나 감정은 과학으로 완벽히 이해하고 구현하기에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플라톤에 의해 이성에 대립되는 개념으로 단순히 정의됐으나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를 거치면서 감정에 관여하는 다양한 심리학적, 뇌과학적 요소들이 밝혀지고 있다. 페퍼나 소피아와 같은 인공지능 로봇이 아직 감정을 흉내내는 수준에 머무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감정의 디지털화를 통해 과연 인간은 무엇을 추구하려는 것일까? 페퍼와 같이 단순히 삶의 편리함과 호기심을 넘어 결국 인간의식 디지털화를 통한 영원한 생명에 도전하게 될것이라는 것이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세계 슈퍼리치들은 이미 다양한 생명 연장 꿈에 도전하고 있다.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의 120살 프로젝트,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의 칼리코 프로젝트는 질병과 노화를 정복하기 위한 것이다. 러시아 미디어 재벌 드미트리 이츠코프는 2045 이니셔티브 프로젝트로 사람 인격을 로봇에 영원히 보존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는 2100년이면 현생인류가 사라지고 디지털 생명체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필자는 센서를 개발하는 연구자로서 감각문제에 국한해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최근 4차산업혁명과 AI의 등장으로 감각과 감정의 디지털화가 영원한 생명 문제로 귀결되고 있다. 필자의 책임감도 한층 더해진다.
책임감은 또 다른 이유도 있다. 4대 ICT핵심부품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센서 가운데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중국이 이미 턱밑까지 따라왔다. 국내 센서기술이 시장에서 채 꽃을 피우기도 전에 다른 나라에 기술주도권을 넘겨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그대로 지켜볼 수 없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센서와 AI기술을 통해 감각과 감정이 디지털화돼 로봇과 자동차로 전송돼 활용되는 날이 머지 않아 올 것이다. 이러한 세상의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관련 연구자들이 힘차게 매진할 때다.
김희연 나노종합기술원 나노구조기술개발부장 hyeounkim@nnfc.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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