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 피해가 예상된다. 25%에 이르는 관세가 부과되면 차량 가격 상승으로 인한 판매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 생산 물량에서 37% 이상을 미국에 수출하는 기아차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21일 업계 및 정부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22일까지 수입산 자동차·부품 대상으로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관련 이해 관계자 의견서를 받을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자동차 수입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지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조사할 것을 상무부에 지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무부에다 중간선거(11월) 이전에 결과를 내라며 압박하고 있다. 상무부가 형식 절차를 거쳐 9월쯤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내용의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는 게 미국 정부 측 전망이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수입 제품이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경우 긴급하게 수입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을 제한할 수 있다는 무역 제재 법이다. 미국은 최근 무역확장법 232조를 발동시켜서 철강에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자동차에도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가 현실화되면 국내 자동차 수출 차량에 최대 25%까지도 관세가 부과될 수 있어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완성차 업체 가운데 미국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기아차다. 광주공장을 포함해 국내에서 생산된 K5, 스팅어, 니로 등 기아차 작년 한 해 대미 수출 대수는 28만7401대에 이른다. 이는 기아차 국내 전체 생산 물량에서 28.7%를 차지한다.
기아차 광주공장은 전체 생산량 가운데 약 40%를 미국 시장에 수출하는 대표 공장이다. 지난해에는 49만2233대를 생산, 37.1%(18만2863대)를 미국에 수출했다. 쏘울EV를 포함한 쏘울 10만9146대와 스포티지 7만3717대가 광주에서 생산된 대미 수출 주력 품목이다.
광주공장은 미국에서 판매하는 쏘울 전량을 생산해서 수출한다. 지난해에는 미국에서 11만5712대가 판매됐다. 2009년 출시 이후 미국 시장에서 닛산 큐브 등 기존 소형 박스카 시장 대표 모델을 제치고 지난해까지 미국 엔트리 CUV 차급 판매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 오고 있다. 그러나 추가 관세가 부과되면 기아차 쏘울 가격은 500여만원 상승이 예상된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지켜 온 미국 엔트리 CUV 판매 1위 자리를 수성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최남석 전북대 교수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차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앞으로 5년 동안 우리나라 수출 순손실액은 662억달러, 생산 유발 손실은 189조원에 각각 이를 것”이라면서 “중소·중견 기업이 대부분인 자동차부품 산업도 이러한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126억달러 수출 순손실 및 34조9000억원 생산 유발 손실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