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초 등장인물의 설정이 호기심을 자아내는 드라마 두 편이 시작한다. KBS2 월화드라마 '너도 인간이니?'와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이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인공지능로봇과 정말 열심히 일을 잘 하는 사랑스러운 비서, 내 곁에 한 명만 선택할 수 있다면 당신의 선택은?
사람 기본 특징을 가지면서도 사람과 차별화된 매력을 가진 존재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한다. 인공지능로봇을 소재로 한 개그 프로그램을 그냥 일상으로 여기는 시대이기 때문에 '너도 인간이니?' 인공지능로봇은 일단 친근감을 가지고 시작할 수 있다.
웹소설은 5분 정도 읽을 분량에 충분히 재미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일반적인 소설의 독자는 중간에 지루한 부분이 나와도 읽던 책을 웬만해서는 멈추지 않는데, 웹소설의 독자는 재미가 없어지는 회차 이후에는 아예 읽는 것을 그만두기도 한다. 그래서 웹소설은 쉴 틈 없이 재미있거나 쉴 틈 없이 긴장감을 유지해야 사랑받는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동명의 인기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장면 하나하나가 모두 재미있는 요소를 가지게 된다. 등장인물의 캐릭터 설정도 같은 맥락인데, 전체적인 스토리텔링과 함께 디테일을 즐기는 재미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사람 같은, 아니 사람보다 더 매력적인 로봇이 당신 곁에? KBS2 '너도 인간이니?'
6월 4일에 시작하는 '너도 인간이니?'는 차영훈, 윤종호 연출, 조정주 극본으로 저녁 10시부터 방송된다. “너도 인간이니?”라고 묻고 싶은 세상,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인공지능 로봇 남신Ⅲ와 열혈 경호원 강소봉이 펼치는 대국민 인간사칭 프로젝트이다.
우리는 사람값이 똥값인 시대에 살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가차 없이 버리고, 잔인하게 죽이는 이 시대! 점점 사람이 싫고 무서워진다. 무서우니까 못 믿겠고, 못 믿으니까 의심가고, 의심하니까 더 외로운, 모두 다 외로워 죽겠는 요즘!
과거에 드라마에서 시청자 호감과 동경을 사는 주인공은 부와 명예를 다 갖추었는데 잘 생기기까지 하고 매너도 좋은 재벌 2세, 재벌 3세가 많았다. 영화에서 관객이 흠모하는 히어로는 완벽하게 우러러 볼 수 있는 대상이었다.
그런데 사회가 발전하면서 인간의 존엄성은 오히려 후퇴하면서, 드라마에서 재벌은 더 이상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충족시켜주는 대상이 아니고, 히어로 영화에서는 히어로가 이기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악당이 인간적인 면을 드러내기도 하는 시대가 됐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공유하고 싶고 누군가의 따뜻한 보호를 받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비주얼, 피지컬, 매력까지 다 갖춘 캐릭터에 대한 호감과 동경을 가지고 있더라고, 그 캐릭터가 나를 좋아해줄지 확신이 없고 나를 버릴지 두려움이 있다면, 그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은 사람과 꼭 같은 인공지능로봇일 것이다.
'너도 인간이니?'의 판타스틱한 인공지능로봇 '남신Ⅲ'은 무엇보다 편리하고, 누구보다 따듯하며, 인간보다 인간답다. 드라마에서 '남신Ⅲ'이 어떤 모습으로 표현될지 궁금한데,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설렐 수 있다. 자신이 소중한 것은 알고, 남 소중한 것을 모르는 사람, 로봇보다 못한 사람에게 “너도 인간이니?”라고 당당히 외칠 수 있는 카타르시스가 기대되는 드라마이다. 서강준, 공승연, 이준혁, 박환희, 김성령, 유오성이 출연한다.
◇ 긍정적이고 당당한 여성상,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
6월 6일 저녁 6시 30분에 시작하는 박준화 연출, 정은영 극본의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재력, 얼굴, 수완까지 모든 것을 다 갖췄지만 자기애로 똘똘 뭉친 나르시시스트 부회장 이영준(박서준 분)과 그를 완벽하게 보좌해온 비서 김미소(박민영 분)의 퇴사밀당 로맨스이다.
원작 웹소설, 웹툰을 거쳐 단행본의 서적과 드라마로 확장된 원 소스 멀티 유즈 작품인데, 근무 조건이 상사의 나르시시즘 견디기인 것처럼 기존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설정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재벌가 부회장이 등장하지만 뻔한 재벌 이야기라기보다는 남녀 주인공의 알콩달콩한 관계가 재미를 선사한다. 미소는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꿈꾸는 여자가 아니다. 입사 9년차 비서로 개인 수행, 운전, 파티 파트너의 역할을 모두 수행하고, 영준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눈치 있게 일을 처리하는 커리어 우먼이다.
김미소는 당당한 여성상을 보여주고 있는데, 하루 종일 업계 최고의 업무 강도를 버틸 수 있게 힘이 된 원동력이 가족이라는 점은 미소에게 감정이입해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도록 만든다.영준의 형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이성연(이태환 분) 또한 기존의 재벌집 아들과는 다른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모르페우스'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소설가인데,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유명세와 인세를 싹쓸이 하고 있다.
다정한 말투, 빛나는 미소, 여자보다 더 섬세하게 여심을 꿰뚫는 감성을 가지고 있어 영준과는 정반대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의 이런 다정함은 동생 영준만 보면 사라진다. 어릴 때 열등감을 성연은 아직도 상처로 가지고 있다.
가진 게 많은 재벌은 내면의 결핍을 가지고 있고, 전형적인 직장인인 비서는 이름처럼 싱글벙글 미소를 잃지 않는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가 웹소설과 웹툰으로 사랑받은 공감의 마력이 드라마에서는 어떻게 발휘될지 기대가 된다.
천상욱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