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기존 지배구조 개편안을 철회하면서 새로운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대주주를 포함해 국내·외 투자은행(IB), 자문사 등과 긴급 논의에 들어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대차를 지주회사로 만들거나,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 비율을 조정 후 재추진하는 방안 등 다양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23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존 지배구조 개편안을 철회하면서 내부 임직원과 국내 대형 로펌, 회계법인, 자문사 등으로 구성된 새로운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렸다. 기존 개편안을 준비할 때는 2년 가량 소요됐지만, 새로운 개편안의 경우 시간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은 △순환출자구조 해소 △일감몰아주기 해소 △경영권 승계 준비 등 다양한 과제에 대한 해결책을 담아야 한다. 현재 현대차그룹 순환출자 고리는 △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 4개다. 현대차그룹은 당초 현대모비스를 현대글로비스와 분할합병 후 지배기업으로 둔 뒤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할 계획이었지만, 철회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 비율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개편안을 재추진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본다. 엘리엇, ISS 등 해외 자본에서 현대모비스 분할 사업 가치에 대한 가치가 저평가 됐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또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새로운 개편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기존 개편안에 따르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비율은 0.61 대 1로 결정됐다. 이 과정에서 현대모비스의 존속부문(투자·핵심부품사업)과 분할부문(모듈·AS부품사업) 비율은 순자산가치 기준 0.79 대 0.21이다.
남정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분할부문에 대한 사업범위, 수익가치 등에 대한 조정을 통한 합병비율 재산출, 투자자 설득을 위한 추가적인 주주친화정책 발표 등을 통해 기존 분할합병 방향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조속히 지배구조를 개선하길 희망해 왔기 때문에 새로운 지배구조개편안을 짜는데 현실적으로 시간이 많지 않다”면서 “2008~2009년 현대모비스의 현대오토넷 흡수합병의 경우에서도 공개매수 금액 범위 초과로 무산된 후 수개월 뒤 공개매수 금액과 합병비율 조정을 통해 재추진해서 성공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가 각각 투자와 사업 부문으로 분할한 후, 투자 부문끼리 합병하는 방식으로 그룹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현대차 투자회사는 기아차 지분 33.9%를, 기아차 투자회사는 현대모비스 지분 16.9%를, 현대모비스 투자회사는 현대차 지분 20.8%를 보유하게 된다. 이후 3개 투자회사를 합병할 경우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지분을 모두 보유한 '현대차 지주회사'가 탄생하게 된다.
이 방식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면서 정의선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점이 있다.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현대엔지니어링 등 보유 자산으로 지주사 지분을 사들이면 그룹 경영권을 자연스레 승계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이 방안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금지하는 '지주사 금산분리'를 위반할 소지가 있다. 해소에는 추가 조치가 필요하게 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기존 TF팀에서 부족했던 점을 보완하고, 주주 가치를 최우선으로 만족시키는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