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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구 연세대학교 교수.

“혁명이 뭡니까. 구체제는 폐기되고 신체제가 오는 겁니다. 4차산업혁명은 기존 산업혁명이 야기한 획일화, 중앙집중화, 폐쇄적 독점 문제를 맞춤, 분권, 개방화로 바꾸면서 사회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겁니다.”

연세대학교 연구실에서 만난 강명구 바이오IT 마이크로팹센터 교수는 대뜸 “4차산업혁명을 어떻게 정의하느냐”고 물었다. 선뜻 대답을 내놓지 못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4차산업혁명이 블록체인,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과 동일시되는 경향이 있어요. 이런 인식으론 절대 혁명을 못합니다. 세상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를 정확하게 인지해야 방향성을 갖고 적절한 기술을 개발하거나 활용할 수 있습니다.”

강 교수는 산업혁명이 이뤄진 덕에 세상이 보다 풍요로워졌다고 진단했다. 그때 그 혁명 이후 세계는 생산성을 확대하기 위해 소품종 대량생산에 집중했다. 그러나 이는 획일화를 야기했다. 소비자보단 생산자 중심 패러다임이다. 정보화 시대로 일컬어지는 3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인터넷으로 세계가 하나로 묶였다. 중앙으로 자원이 쏠렸다. 해외에선 구글과 페이스북, 국내에선 네이버가 인터넷 시장을 좌지우지한다. 폐쇄적 독점 흐름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구글과 애플이 스마트폰 플랫폼을 쥐고 흔든다. '느슨한 개방'이 이뤄져 있으나 질서는 플랫폼을 쥐고 있는 이들이 만든다.

4차산업혁명이 이뤄진다면 이러한 획일화, 중앙집중화, 독점 패러다임이 맞춤형, 분권형, 개방형으로 바뀌게 된다는 것이 강 교수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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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교수는 지난해까지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에서 IoT 사업을 이끌어왔던 이 분야 전문가다. 그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저서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4차 산업혁명 이야기'를 출간했다.

강 교수는 “MIT 미디어랩 제조 실험실에서 학생들에게 캐드 프로그램과 3D 프린터 주고 뭔가 만들어보라 했더니 세상에 없던 제품이 다수 나왔다”면서 “아프리카 8살 소녀가 PCB를 만들었던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누구나 무엇인가를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다면 제조업체에 종속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블록체인 인프라는 중앙집중식 권력을 분산시킬 수 있는 대표 기술이다. 현재 플랫폼 사업자는 중계 수수료를 가져가면서 생산자보다 높은 지위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이 발달하면 이런 중간 과정이 없이도 직접 거래가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각종 센서 등을 통해 실물 거래나 데이터까지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강 교수는 내다봤다.

강 교수는 “말하자면 아주 먼 옛날 물물교환 시대처럼 돌아가게 되는 것”이라면서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여러 변화가 결국은 폐쇄적 독점 체제를 깨게 될 것이라고 강 교수는 전망했다.

그는 “4차산업혁명을 기술과 동일시하면 솔루션이 나올 수 없다”면서 “정부 정책 역시 마찬가지로 왜 이러한 혁명의 필요성이 제가됐는지, 누가 주도하는지, 어떻게 바뀌어갈지에 관한 명확한 이해가 없다면 허구헌날 기술 논의만 하다 결국 혁명에서 뒤처지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지난해까지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에서 IoT 사업을 이끌어왔던 이 분야 전문가다. 그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저서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4차 산업혁명 이야기'를 출간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