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회전하고, 제때 잘 멈춰서는 건 자동차의 기본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핸들링은 운전자의 안전과 운전의 재미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핸들링은 특히 차체의 무게 배분에서 좌우된다. 차는 네 개의 바퀴로 움직이는데 각각의 바퀴가 노면과 만나는 면적은 불과 종이(A4) 한장 정도다. 이 작은 접지면으로 다양한 환경에서 일정한 주행감과 안정성을 제공해야 하기때문에 네 바퀴에 실리는 하중, 즉 무게 배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BMW는 엔진을 앞바퀴와 실내 사이에 배치하는 '프론트 미드십' 구조를 채택해 핸들링의 정확도를 극대화했다.
자동차 부품 중에 가장 무거운 엔진은 차체의 중심에 있을수록 핸들링 정확도가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해 앞바퀴를 최대한 앞으로 위치시켜 오버행(차량 범퍼부터 앞바퀴까지 길이)을 줄였고, 승객석은 최대한 후방쪽에 배치했다. 길쭉한 보닛과 앞으로 튀어 나갈 듯한 바디 비율은 43년전 탄생한 1세대 3시리즈나 현재 3시리즈에도 변함없이 적용되고 있다.
차의 핸들링은 다양한 주행 상황에 따라 매우 다르게 반응한다. BMW는 지난 2002년 여러 센서와 모터·전자장비 도움으로 다양한 상황에 따라 앞바퀴의 조향 비율을 바꾸는 '액티브 스티어링'을 개발했다. 이는 차가 스스로 주행상황을 인지하고 저·고속 상황에 따라 조향각을 제어한다. 저속에선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것보다 더 많이 돌아 나가도록 조향각을 최대로 키운다. 이를 통해 주차장에서 방향을 변경하거나 우회전·유턴 등 갑작스럽게 조향을 변경할 때 보다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다.
반대로 고속에선 조향각을 최대한 줄인다. 고속 주행하는 차는 진행 방향으로 계속 나가려는 힘을 가진다. 이때 조향각을 크게 바꾸면 앞으로 나아가려는 힘과 방향을 바꾸려는 앞바퀴 사이의 균형이 깨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뒷바퀴가 바깥으로 미끄러지는 '오버스티어'다. 액티브 스티어링은 고속에서 저속 대비 작은 각도로 앞바퀴를 조향해 오버스티어를 줄이고 안정적인 운행을 돕는다.
BMW의 핸들링 고도화에 대한 집착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차가 제어불능 상태가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앞·뒷바퀴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특성 때문이다. 방향을 바꾸려는 앞바퀴의 힘보다 직전하려는 뒷바퀴의 힘이 클 때 오버스티어가 일어난다.
뒷바퀴 힘이 더 커지면 차는 중심을 잃고 그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게 되는 원리다. 결국 이 기술은 앞바퀴와 함께 뒷바퀴도 방향 전환되도록 각종 제어불능 상황은 크게 줄인다.
사륜 조향 시스템인 '인테그럴 액티브 스티어링'은 3도 정도 뒷바퀴 최대 조향각도를 통해 기민한 핸들링 반응을 이끌어낸다. 60km/h 이하에서는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앞바퀴와 뒷바퀴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꺾인다. 덕분에 차체가 보다 빠르게 운전자가 원하는 방향을 바라보게 되면서 회전반경 또한 크게 줄일 수 있다. 이 기술을 최초로 탑재한 BMW '뉴 7시리즈'는 차체 크기나 휠베이스에 비해 아주 짧은 회전반경으로 민첩한 주행 감각을 제공한다. 시속 60km가 넘으면 앞·뒷바퀴가 같은 방향으로 틀어져 안정성을 높인다. 차량 전체가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는 평행이동효과를 만드는 원리다. 언더스티어나 오버스티어의 가능성을 낮추고 고속에서 방향 변경 시에 나타나는 롤링을 줄여 편안한 승차감까지 제공한다.
또한 좌우 노면상태가 다른 상황에서 급 정거할 시 후륜 스티어링을 통해 한 쪽으로 쏠리는 것을 바로잡아 자세를 잃지 않으면서도 뛰어난 제동력을 발휘할 수 있다.
코너링에서 민첩, 정확한 핸들링을 돕는 기술은 'BMW xDrive'다. 이는 1985년 '3시리즈'에 적용돼, 전 모델로 확장됐다. 두 차축에 동력을 가변적으로 전달하는 xDrive 방식으로 주행 중 노면 상태나 기상 조건이 좋지 못할 때 마찰력을 최적화한다. 차축에 전달하는 힘을 0.1초만에 전륜과 후륜에 0~100%, 100~0% 무한 가변적으로 변환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안정적이고 다이내믹한 주행감을 제공한다.
사륜 구동시스템이 적용된 모델은 일반 도로에서는 자동차의 성능과 동력을 최적화하는데 유리한 후륜에 대부분의 구동력을 전달한다. 특히 안쪽으로 정확하게 회전할 수 있도록 설계됐고 오버스티어링 시 전륜에 가까운 구동력을, 언더스티어링 시 후륜에 가까운 구동력을 실현한다.
후진 주차 때 100% 구동력을 전달하는데 이때 구동계와 동력계 간섭을 끊어서 주차 편의성을 증대시킨다. 최근 국내 출시된 BMW '뉴 M5'는 M시리즈 최초로 M xDrive를 탑재했다. xDrive 시스템과 같이 주행상황에 따라 최적 구동력을 배분할뿐만 아니라, 운전자 취향에 따라 원하는 모드로 선택할 수 있다.
M xDrive는 후륜구동·사륜구동·사륜구동·스포츠 모드로 구성됐다. 최초 시동을 걸면 다이내믹 스태빌리티 컨트롤(DSC)이 켜진 상태에서 사륜구동 모드가 활성화된다. 결국 어떠한 지형에서도 강력한 성능을 제공하며, 코너링 가속 시 뒷바퀴가 미세하게 약간 미끄러지도록 설정해 운전의 재미를 더해준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