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내수 자동차 시장이 저성장 국면과 한국지엠 사태 등으로 정체 상태를 보이는 반면 친환경차 판매는 급성장하고 있다. 친환경차 대표 주자로 꼽히는 전기차는 올해 전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팔려 나갔다. 친환경차 인식 개선에다 경쟁력 갖춘 신차가 늘면서 성장세를 부추기고 있다. 정부도 올초 제시한 2만대보다 8000대(추경) 늘어난 2만8000대 물량 보조금을 지원키로 하는 등 수요 증가에 화답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국산 친환경차 판매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42.1% 증가한 2만3990대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산 승용차 전체 시장은 21만21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5% 감소했다.
올해 자동차 내수는 전체 80% 이상을 차지한 현대·기아차 성장세(8.6%) 속에서도 전반에 걸쳐 침체를 겪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한국지엠 사태다. 한국지엠은 지난 2월 군산공장 폐쇄로 경영 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올해 들어 4월까지 50% 이상 판매량이 줄었다. 르노삼성차는 뚜렷한 신차를 내놓지 못해 판매량이 약 23.7% 감소, 쌍용차는 '티볼리' 판매가 줄었지만 '렉스턴' 라인업 덕에 1.8% 감소에 그쳤다.
이처럼 내수 침체 속에서도 친환경차 시장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주역은 전기차다. 올해 4월까지 전기차 누적 판매량은 513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 이상 늘었다. 이는 2016년 연간 전기차 보급 대수(5296대)와 비슷한 규모다. 현재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는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3406대)'으로, 지난해보다 판매량이 약 80% 증가했다.
친환경차 시장에서 규모가 가장 큰 하이브리드카는 전년 동기 대비 30.6% 증가한 1만8585대 팔렸다. '그랜저IG 하이브리드' 판매량(7237대)이 전체(3만9087대)의 18.5%를 차지했다. 비중은 크지 않지만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와 FCEV가 각각 211대, 62대 판매돼 지난해보다 2.7~4.2배 성장했다. 특히 '니로 PHEV'와 '넥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기반 친환경 차량이어서 실용성이 높고, 보조금 혜택에 따른 구입 가격이 3000만원대라는 점을 내세웠다.
전문가들은 이달부터 전기차 판매량 증가가 더욱 클 것으로 전망했다. 1회 충전으로 최장 406㎞ 주행이 가능한 현대차 소형 SUV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이 고객 인도를 본격 시작하기 때문이다. 또 1회 충전으로 최장 380㎞ 이상 주행이 가능한 기아차 '니로EV'는 9월부터 고객에게 인도된다.
정부는 올해 전기차 보조금 예산을 당초 계획보다 약 1만대 줄어든 2만대로 책정했다. 그러나 수요를 반영, 8000대 분량의 추경이 배정됐다. 보조금도 연초 예상보다 넉넉해졌다. 배터리 용량, 주행 거리 등 성능에 따른 기본보조금 산출 방식에 따라 최고 1200만원에서 최저 1017만원까지 차등 지급한다.
전기차 수요는 이미 2만8000대에 이르렀다. 코나 일렉트릭은 사전 계약 목표 1만2000대를 넘어섰고, 아이오닉 일렉트릭도 약 3000대 계약됐다. 니로EV는 예약 사흘 만에 5000대 이상 계약됐고, 한국지엠 '쉐보레 볼트(Bolt)'는 3시간 만에 4300대 물량이 완판됐다. 이 밖에도 배터리 용량을 늘린 르노삼성차 'SM3 Z.E.', 기아차 '쏘울EV' 등 다른 전기차도 계약이 진행되고 있다.
수소전기차도 있다. 현대자동차 '넥쏘(NEXO)'는 보조금을 받으면 300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 교체를 생각하는 이용자 다수가 친환경차 구매를 고민하기 시작했다”면서 “인기 있는 세단과 SUV에서 친환경차 신차가 늘고 있고, 정부 보조금 정책도 화답하면서 친환경차 인기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