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전기차 비중 19%까지 늘면 구리 수요 현재보다 6배 많아져
전기차와 배터리 원재료 광물 공급 부족이 전기차 산업 성장에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전기차 생산 가속화로 리튬, 코발트, 구리, 니켈 수요가 급증하면서 향후 금속광물 공급 부족으로 전기차 생산 속도가 둔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무디스는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대 중반 7~8%로, 2020년대 후반에는 17~19%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보급률을 가정했을 때 구리 수요는 현재보다 6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몇 년 간 공급 예상량을 크게 뛰어넘는 것이다. 배선 제작 등에 필요한 구리 수요는 전기차 한 대당 40~83㎏으로 내연기관차 평균인 약 23㎏보다 3배가량 많다.
캐롤 코완 무디스 애널리스트는 “구리 광석 등급 하락, 새로운 광산에 대한 투자 부족, 생산에 소요되는 시간 등으로 인해 공급이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충분치 않다”며 “새로운 광산 탐사와 개발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원자재 분석기관 CRU그룹 역시 구리 신규 개발 투자가 진행되지 않을 경우 세계 구리 생산량은 현재 2000만톤에서 2034년에 1200만톤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때가 되면 공급 부족량은 1500만톤에 이르게 된다.
배터리 핵심 원재료인 코발트와 니켈도 정치적 리스크로 공급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콩고민주공화국(DRC) 국영광업공사인 제카마인은 글렌코어와 만든 구리·코발트 합작사 해산 소송을 제기했고, 인도네시아 정부도 대형 구리 광산인 그래스버그에 새로운 환경 규제를 적용했다. CDI(Cobalt Development Institute)에 따르면 배터리 산업은 현재 코발트 소비의 약 41%를 차지하고 있다. 향후 10년 동안 그 비중은 65%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광물 공급 부족에 대한 국내 배터리 업계 대응도 올해 초부터 급격히 빨라지고 있다. 그룹 내 상사 계열사, 소재 업체와 컨소시엄을 꾸려 원재료 투자에 나서는 한편, 비용 부담이 높은 코발트 비중을 줄인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집중한다.
LG상사는 지난 3월 호주 코발트 광산업체 코발트블루에 600만달러(약 65억원)를 투자해 약 6%의 지분을 확보했다. 코발트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LG화학은 코발트블루에 기술을 지원한다.
삼성SDI는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꾸려 칠레 리튬 프로젝트 최종사업자로 선정됐다. 리튬을 공급받아 2021년 하반기부터 현지에서 연간 3200톤 규모의 전기차 양극재를 생산한다.
SK이노베이션은 호주 니켈·코발트 광산 업체 오스트레일리안마인즈와 장기 계약을 맺고 최대 13년 동안 황산 코발트와 황산 니켈을 공급받기로 했다. 오는 8월에는 전기차용 NCM 811(니켈·코발트·망간 비율이 각각 8대1대1인 양극재)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양산한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