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6월 혁신형제약기업 재인증 발표…갑질·성범죄·폭력 행위 등 기준 강화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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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이 제약업계 이슈로 떠올랐다. 개정된 인증 기준에 사회·윤리적 책임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6월 혁신형 제약기업 44곳 중 34곳 대상으로 재평가를 실시한다. 같은 달 18일 최종 혁신형 제약기업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

복지부는 제약기업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12년부터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도를 실시했다. 혁신형 제약기업이란 제약산업 육성을 위해 매출액 대비 일정 비율 이상을 연구개발(R&D)비에 투자하는 제약기업을 의미한다.

복지부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등에 관한 규정' 중 인증기준을 개선한 개정안을 4월 18일 시행했다. 개정안은 크게 3가지 내용을 담는다.

우선 '기업 사회적 책임 및 윤리성' 기준을 강화했다. 이사, 감사 등 기업 임원이 횡령·배임·주가조작, 임직원 폭행·성범죄 등을 저질러 벌금형 이상을 선고 받았을 경우, 3년간 인증을 받지 못하거나 취소하는 지표를 신설했다. 기존에는 허위신청 시에만 3년간 인증을 제한했다.

특정 의약품 처방 등을 목적으로 금품 등을 제공하는 리베이트 적발 시 처벌기준도 강화된다. 개정안에는 리베이트 금액 500만원 이상, 적발 2회 이상이면 인증을 받을 수 없거나 취소한다. 단 리베이트는 소멸 시효를 적용해 5년 이전 행정처분은 심사에 반영하지 않는다.

신규 인증 신청 시 과거 3년 동안 리베이트 행정처분 여부를 본다. 인증 재평가 시 심사일 기준 과거 5년 이전 행정처분은 인증 기준에서 제외한다. 해당 행정처분에 소송이 제기되면 확정 판결일을 행정처분일로 본다. 의료법 제66조(자격정지) 제6항, 약사법 제79조(약사·한약사 면허의 취소 등) 제5항에는 자격정지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5년이 경과하면 행정처분을 부과하지 못하도록 시효규정을 둔다.

당초 복지부는 행정예고 시 제출된 의견 등을 수렴해 기존 개정안 자료 작성 시점, 리베이트 규정 등 세부사항을 수정했다. 행정예고안은 인증 신청 시 자료 작성의 기준이 되는 시점을 '인증 신청 시점'으로 했으나 이 경우 기업마다 자료 작성 기준일이 달라지므로 심사 시 오류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수용했다. 기준 시점은 현 '인증 심사 시점'으로 유지한다.

김주영 복지부 보건산업진흥과장은 “합리적으로 규정 개정안을 확정해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 합리성과 형평성이 더욱 제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제약사는 깐깐해진 리베이트 기준 강화로 발목이 잡힐 것으로 우려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리베이트 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이 취소된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개별로 진행되는 재판이 혁신형 제약기업 재인증과 인증 기간에 판결이 날 경우 인증 취소될 우려가 있다”면서 “범행시기와 판결시기 간 시간적 간격을 줄이려면 리베이트 행위 시점이 적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인증 연장 재평가를 받는 기업은 34곳 제약 바이오 기업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동안 제약업계에 각종 리베이트, 비윤리 행위 등 사건들이 쏟아지며 새롭게 바뀐 기준 충족 미달 기업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CJ헬스케어, 한미약품, 일동제약, 한올바이오파마, 일양약품 등 3월 불법 리베이트 제공으로 적발돼 약가 인하 처분을 받았다. 제약사는 지난달 26일까지 해당 자료를 제출했다.

혁신형 제약기업 강화 기준으로 재인증을 받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도 있다. 폭탄이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인증 기준이 깐깐해지며 대응 마련도 나선다. 모호한 리베이트 기준에 대비해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CP)을 강화하는 추세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리베이트 영업 활동으로 비치는 각종 행사도 내부에서 철저하게 단속하고 규정을 강화한다”면서 “리베이트 불법 여부를 둔 해석이 검찰과 법원, 정부 판단이 서로 다를 수 있어 사전 예방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CP 강화로 혁신형 제약기업 재인증에 대비한다.

환자를 위한 지원프로그램도 재검토한다. 환자지원프로그램이 환자에게 이익이 돌아가더라도 리베이트 쌍벌제 위반사항이 아니라고 본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환자가 복용하는 약물 지원 프로그램도 문제가 될 수 있어, 재점검에 나섰다”고 전했다.

최근 불어 닥친 '갑질' '미투(Me too)' 논란도 대비한다.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취소 기준에 '하위 임직원 모욕' 및 '폭력' 등 항목이 추가됐다. 제약사 내 성범죄 등의 비윤리적 행위가 언제든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대비 태세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군대식 문화가 철저하고 남성문화가 자리 잡은 국내 제약사 특성 상 갑질, 성범죄 등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 단속에 나섰다”고 말했다.

'개인의 비도덕성'이 곧 '혁신형 제약기업 자격 미달'로 비춰지는 걱정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혁신형 제약기업에 탈락하는 것이 곧 비도덕한 기업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준비를 철저히 할 수 밖에 없다”며 “모호한 일부 규정에 대해 불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비도덕성'에 대한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 자칫 '나쁜 기업'이라는 꼬리표만 달고 업계 자체를 위축되게 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혁신형 제약기업에 선정된 업체는 국민세금을 투입하는 공공지원 대상 업체다. 일각에선 기업 활동 윤리성 기준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데 공감을 표시한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한 제약사 회장의 폭언 사건 이후, 우리당 정책위는 혁신형 제약기업 선정에서 사회적 책임과 윤리기준을 강화하라는 주문을 해왔다”면서 “조치는 당의 지적과 요구를 정부가 수용해 입법을 추진한 것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윤형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wh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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