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교육개혁이 공회전을 거듭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교육개혁이 시급하지만 제자리걸음이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교육개혁 정책이 번복되거나 미뤄졌다. 전자신문은 교육개혁이 미진한 이유를 분석하고, 대안을 찾는다. △정부 거버넌스 △대입제도 △대학 △초·중등학교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미래 교육 등 교육개혁 현안을 진단한다. 분야별 교육 개혁을 완성하기 위한 각계 의견을 담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이후 국정운영계획에서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을 강조했다. △유아기부터 대학까지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 △한국사회 발전적 재생산을 위한 진로맞춤형 교육 △한 아이도 놓치지 않는 기초학력보장 △선진국 수준 교육여건 조성 등을 약속했다.
정부는 교육 거버넌스 개혁이 이를 실행하고 정책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로 파악했다. 찍어내듯 획일적인 기존 교육을 청와대-교육부-교육청-각급학교로 이어지는 정책체계의 산물로 봤다. 교육전문가 역시 거버넌스 개편을 교육개혁의 선결과제로 꼽는다. 앤디 하그리브스 보스턴 칼리지 교수는 저서 '학교 교육 제 4의 길'에서 비전을 제시하는 '정부' '대중참여' '교사의 전문성' 등 삼각형 구조 거버넌스를 강조했다.
우리나라 현실은 열악하다. 정치권력에 의해 5년에 한번 씩 바뀌는 교육정책으로는 백년지계는 꿈꾸지도 못한다. 조직개편과 '레임덕' 등으로 시간을 허비하면서 길어야 2~3년 계획만 실행하는 수준이다.
수능 절대평가 유예, 유치원 영어 방과후 수업 금지 재논의 등 혼란이 단편적인 예다. 지역주민에게 교육권 통제를 넘겨주기 위해 시작된 교육감 직선제는 '선거사범 교육감'만 낳았다. 정치 중립성을 지키려다보니 정치자금을 모을 수 없다. 막대한 선거비용 조달을 위해 후보의 부정과 비리로 귀결됐다. 하지만 직선제 부작용이 있다고 이를 폐지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중앙집중에서 자치로 권력 이양을 꿈꿨으나 무상급식, 누리과정 예산 편성, 자사고 지정·폐지 등 수많은 갈등을 낳았다.
정치권에서는 '초당적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대안으로 내놓는다. 유성엽 국회 교문위원장은 교육부 무용론까지 거론했다. 교육부를 폐지하고 국가교육위원회를 설립하는 내용의 법안 발의를 예고했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역임한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정권이 바뀌어도 같은 철학으로 교육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개헌을 통해 국가교육위원회를 헌법기구로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정부 역시 국정운영 계획에서 중장기 교육계획을 수립 집행하는 국가교육위원회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취임 직후 “교육부가 가진 유·초·중등 교육권한을 각 시·도 교육청으로 이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교육 거버넌스 개혁 시행은 초반부터 동력을 잃었다.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는 국가교육회의에 의해 추진될 예정이다. 국가교육회의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전 유치원과 어린이집 격차 완화, 진로맞춤형 고교 체제 구축 역할을 맡았다.
그럼에도 국가교육회의는 지난 해 12월 꾸려진 후 올해 4월 대입개편 논의 이송 전까지 단 두 차례만 소집됐다.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로 운영됐다. 중장기 교육 계획 수립보다는 2022 대입제도 개편안 마련을 위한 의견 수렴 장치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국가교육위원회를 헌법기구로 설치하자는 의견도 있으나 정치 문제로 개헌 자체가 쉽지 않다.
시·도교육청 권한 이양문제도 지방선거로 인해 미지수로 남아있다. 김상곤 부총리는 유·초·중등 교육업무를 시·도 교육청과 일선 학교로 이양하겠다면서 지난 해 두 차례에 걸쳐 교육자치정책협의회를 운영했다. 권한 이양 로드맵은 마련했으나, 교육감 선거로 인해 사실상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할 상황이다. 교육 거버넌스 개혁의 대안으로 제시됐던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와 교육부 권한 이양을 앞당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청와대 내부 교육 전문가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청와대는 교육 이슈 논란이 일었을 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했다. 청와대의 책임있는 대응이 필요하다.
중앙정부와 시·도 교육기관이 논의하는 교육자치정책협의회와 함께 시·도지사와 시·도교육감 사이 협의를 지원하는 지방교육행정협의회도 활성화해야 한다.
김이경 중앙대 교수는 미래교육보고서를 통해 “독일은 지역기반 학습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지방과 학교가 자발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동기를 유발하는 한편, 거버넌스 역량 강화를 지원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네트워크 형태 학교 거버넌스, 교육혁신을 지원하는 거버넌스가 자리잡을 때 4차 산업혁명시대 미래교육이 꽃피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 거버넌스 개혁 추진 현황과 문제>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