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벼락 갑질'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조현민 전(前) 대한항공 전무가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소환 조사에 출석했다. 조 전 전무는 폭행 혐의를 비롯한 각종 질문에 대해 “심려 끼쳐드려서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경찰은 조 전 전무의 폭행 또는 특수폭행 혐의,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 등 각종 '갑질'에 대한 사실관계를 조사한다.
조 전 전무는 1일 오전 9시 55분께 서울 강서경찰서에 법무법인 율촌 박은재 변호사와 함께 출석했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출신인 박 변호사는 지난해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함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택공사 비리 사건 변호를 맡은 바 있다.
조 전 전무는 지난 3월 16일 대한항공 본사에서 광고대행사 H사 팀장 A씨가 자신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자 소리를 지르며 유리컵을 던지고 종이컵에 든 매실 음료를 참석자들을 향해 뿌린 혐의(폭행 등)를 받고 있다.
조 전무는 이날 출석 과정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같은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는 '유리컵을 던진 것과 음료를 뿌린 것을 인정하느냐'라는 질문에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짧게 답했다. 이어 '밀쳤다고만 했는데 갑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총수 일가 사퇴 요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등의 질문에도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답변이 향후 수사에 영향을 미칠 것에 대비해 변호인 측에서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조 전 전무를 상대로 당시 문제가 됐던 광고업체와 회의에서 사람을 향해 유리컵을 던졌는지 등에 대한 사실 관계를 조사할 방침이다. 조 전 전무가 유리컵을 사람을 향해 던졌을 경우 특수폭행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구체적인 혐의 사실 확인을 위해 당시 회의 참석자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여왔다.
경찰은 조 전 전무의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도 조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9일에는 대한항공 본사 6층 조 전 전무 사무실과 마케팅실을 압수수색 한 바 있다. 경찰은 조 전 전무가 폭언이나 폭행으로 광고대행사의 업무를 중단시켰을 경우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조 전 전무를 상대로 증거인멸이나 피해자를 상대로 한 회유·협박이 있었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한편 경찰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갑질'과 관련한 폭로가 이어지자 이와 관련한 내사도 진행하고 있다. 수사결과에 따라서는 이 이사장도 소환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