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금 경제 발전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개성공단이 2만5000명을 고용하고 부양인구 25만명을 먹여 살렸습니다. 개성공단이야말로 경제를 바라는 북한에 우리가 줄 수 있는 가장 첫 번째 지원조치입니다.”
27일 서울 여의도 개성공단비상대책위원회 사무실에는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과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 10여명이 모였다. 남북정상회담 생중계를 함께 지켜보기 위해서다. 공단이 갑작스럽게 폐쇄되고 26개월,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쳤지만 아주 오랜만에 희망찬 미소가 얼굴 가득했다.
신 회장은 “아침에 좋은 자리 잡으려고 새벽 5부터 청와대 길목에 나가 기다린 끝에 남북정상회담장으로 향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만날 수 있었다”면서 “환영 인파에게 손을 흔들고 차량으로 돌아가던 문 대통령이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을 보고선 발길을 돌려 모두와 일일이 악수를 하고 갔다”고 말했다.
숨죽이며 TV를 바라보던 입주 기업인 10여명은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자 환호를 터뜨리며 서로 기쁨의 인사를 건넸다. 비록 이번 회담 의제로 남북경제협력이나 개성공단 재개가 오르진 않았다. 그럼에도 기다림의 마침표가 머지않았다는 기대감이 묻어났다.
신 회장은 “아직 공단 관련 금융 지원이나 자금 조달 지원에 대해서는 전혀 들은 바가 없다”면서도 “다행히 현 정부 행보에 공단 재가동 의지가 느껴진다”고 전했다.
입주 기업인은 공단이 다시 열리기만 하면 밤을 새서라도 다시 들어갈 마음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빠르면 재개가 결정되고 2개월 안에 공단 내 사업 운영을 정상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향후 북미정상회담 등 추이를 지켜보면서 시설 점검 등을 위한 입주 기업 방북 신청도 진행할 계획이다.
최동진 대명위더스 대표는 “개성 입주해서 사업 하며 매년 4월마다 어려움 있었다”면서 “이제 4월을 평화의 달로 만들어야겠다”는 감상을 전했다.
공단 재개 시점에 대해서는 올해 10월 경 가능성을 높게 봤다.
옥성석 나인모드 대표는 “북한이 핵동결에 대해 선제 조치를 한 만큼 우리도 선물을 줄 필요가 있다”며 “수천억원 들여 자금 지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던 개성공단을 열기만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10·4 선언과 미국 중간 선거 등을 고려했을 때 하반기 추석 즈음해서 선물을 풀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물론 개성공단 재개가 입주 기업에게 그저 장밋빛만은 아니다. 공단으로 다시 들어간다고 바이어가 다시 물건을 주문할 지, 급여는 얼마나 올랐을 지 걱정할 부분도 많다. 경협보험금을 받은 기업의 경우 공단에 다시 들어가려면 받은 돈을 반납해야 한다.
이상협 협진카바링 대표는 “아직 구체적인 논의까지는 안 들어갔지만 개성공단에서 만든 제품 질이 좋아 바이어들도 기대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재발 방지는 정치의 영역인 만큼 공단을 열었다가도 다시 닫을 수도 있다고 본다”면서 “다만 기업이 준비할 시간을 주거나 조금이라도 보상 장치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개성공단비상대책위원회가 중소기업중앙회, 외부 조사기관과 함께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기업 97%가 공단 재개 시 재입주 의사를 밝혔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