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교보생명 등 7개 금융그룹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자본적정성 확보 사례를 거론하며, 직접 경고했다. 7월 시범 도입되는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 시행을 앞두고 벌인 조치다.
그룹 간 교차출자, 내부거래 의존도 과다, 금융계열사를 동원한 계열사 지원 등의 관행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25일 금융그룹 통합감독 관련 업계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교보생명, 롯데, 미래에셋, 삼성, 한화, 현대차, DB그룹 등 7월 시범 도입되는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안 대상이 적용되는 주요 금융그룹의 임원이 참석했다.
유광열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모범 규준이 시행되면 금융그룹은 계열사 간 출자, 내부거래 등 다양한 그룹 위험을 자체 측정하고 평가한다”며 “모범 규준 시행 이전에 위험 관리를 위한 기본계획과 전략을 수립하고 그룹 위험관리를 전담할 충분한 조직과 인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은 금융자산 5조원 이상 복합금융그룹이 대상이다. 감독대상 금융그룹은 금융그룹 내 최상위 금융회사 또는 자산 및 자기자본이 가장 큰 주력회사를 대표회사로 선정해 금감원으로부터 감독을 받게 된다. 통합 자본적정성 지표 평가 뿐만 아니라 계열사의 동반부실평가 대상이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장 7월부터 제도가 도입될텐데 금융그룹 대다수가 제대로 된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며 “그룹 차원 관심이 부족할 뿐 아니라 대표회사와 계열사 간 인식 차이가 있고 조직이나 인력 확충도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신규 적용되는 모범규준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의 자사주 맞교환, 미래에셋캐피탈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한 자회사 미래에셋대우 자본확충, 삼성생명과 기타 계열사의 삼성중공업 유상증자 참여 등의 행위는 모두 자본적정성 평가 수준을 낮추는 행위에 포함된다.
이 밖에도 영업이익의 15% 이상이 가맹계약 등 계열사 간 직접 거래에 의존하고 있는 카드사, 변액보험 절반 이상을 계열 자산운용사에 위탁하는 생명보험회사 등도 자본적정성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내부거래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금감원이 이날 7개 금융그룹 임원을 불러 개별 사례를 일일히 열거하며 지적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미 수차례 TF를 열어 실무진 뿐만 아니라 임원급에게 내용을 전달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자본적정성 기준이나 기본 골격은 법제화와 동반부실위험 평가모델이 나오기 이전이라도 미리 대응할 수 있도록 간담회를 연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연구용역을 거쳐 하반기 중 동반부실위험 평가모델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어 통합감독법 개정을 통해 금융그룹 통합감독에 대한 자본적정성 기준을 의무 준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감독대상 금융그룹은 당장 자본적정성 문제 뿐만 아니라 동반부실위험 평가모델 기준까지 충족해야 하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일선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감독당국이 하라는 대로 따를 수 밖에 없는 노릇이지만 시범 도입 단계부터 이렇게 모든 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과연 맞는지 모르겠다”며 “당장 하반기에 나올 동반부실위험 모델에 따라 또다시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생각하면 소요되는 재원만도 수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의 핵심은 연결 자본적정성 지표를 통한 그룹 내부 가공자본 관리와 동반부실위험 평가모델을 통한 금융사와 비금융 계열간 연관성 차단에 있다고 판단한다”며 “동반부실위험 반영기준이 어떤 형태로 결정되는가에 따라 통합 자본적정성 지표가 큰 폭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