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 부는 지배구조 개편 바람]〈4〉SK그룹의 인적·물적 분할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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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SK텔레콤은 지난해 9월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을 언급해 논의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누구도 명확한 방향을 모른다는 게 통신업계 중론이다.

SK그룹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은 공정거래법 개정과 SK텔레콤·SK하이닉스 사업 확장 필요 때문이다.

SK그룹은 '㈜SK-SK텔레콤-SK하이닉스' 수직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자회사 의무 보유지분을 상장사의 경우 20%에서 30%로 상향하도록 했다. 하지만, ㈜SK의 SK텔레콤 지분율은 25.2%, SK텔레콤의 SK하이닉스 지분율은 20.1%로 30%에 미치지 못한다. 부족한 만큼 지분율을 높여야 하지만 자금이 만만치 않다.

SK그룹 전체 시가총액의 50%에 육박하는 SK하이닉스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약 6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증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하도록 하는 현재 공정거래법 규정은 SK하이닉스가 인수합병(M&A)을 통해 수직계열화 하는 데 큰 걸림돌이다. SK텔레콤은 자회사 SK하이닉스의 막대한 수익을 뉴(New)ICT 실현을 위해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사내유보금, 과다배당 등 잡음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이처럼 자회사 지분보유를 강화하면서 M&A도 활발히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인적분할과 물적분할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인적분할 시나리오 핵심은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통신사업부문을 ㈜SK의 자회사로 만든다는 것이다. 복잡하던 지배구조가 단순해지면서 앞서 제기된 문제가 해결된다. SK텔레콤을 둘로 나누는 과정을 거친다.

SK하이닉스는 증손회사 지분보유 문제를 해결하면서 M&A를 추진할 수 있다. SK텔레콤 자사주를 획득하는 ㈜SK는 SK텔레콤 지분을 30% 이상 확보하게 된다.

하지만 신설 SK텔레콤이 여전히 상장사로 남으면서 M&A 활동에 제약이 따른다. ㈜SK가 SK하이닉스 지분을 추가 확보해야 하는 문제도 그대로 남는다.

물적분할 시나리오는 더 복잡하다. SK텔레콤을 둘로 나눠 중간지주회사와 통신전문회사로 나누는 것은 인적분할과 같지만, 중간지주회사에 힘을 실어준다는 점이 결정적 차이다.

㈜SK 아래에 SK텔레콤지주회사를 두고, 지주회사 아래 SK텔레콤 통신사업부문, SK하이닉스, SK브로드밴드, SK플래닛 등을 수평 배치하는 그림이다.

구글 알파벳이나 소프트뱅크가 취한 방식이어서 사업 확장에 유리하다. 신생 SK텔레콤은 비상장회사가 되면서 통신사업에 따른 기본 규제는 받지만 재무제표 등의 공시 의무가 사라져 자율성이 확대된다.

비상장 SK텔레콤 지분 일부를 매각해 SK하이닉스 지분을 추가 인수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해 9월 증권 애널리스트 간담회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의 알파벳', '소프트뱅크 형태의 종합 ICT 회사' '인적분할 후 중간지주사' 등을 언급하며 지배구조 개편 논의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이 문제에 대한 공식 언급을 자제하고 있어 지배구조 개편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주목된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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