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자국 정보기술(IT)기업에 대한 중국의 불공정한 규제에 보복하는 새로운 무역규제 조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미 무역대표부(USTR)가 클라우드 서비스를 포함한 IT분야에서 중국이 미국 기업을 규제하는 데 맞서 보복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USTR가 1974년 제정된 무역법 301조를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이들 소식통이 전했다.
중국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미국 기업을 상대로 중국 기업과의 합작 운영, 기술 라이선스 등을 요구한다는 것이 미국 측 입장이다. 이 때문에 미국 기업은 중국의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 직접 진출하거나 고객을 영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알리바바 같은 중국 기업은 미국에서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불공정하다고 여겼다.
실제로 USTR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당국이 미국 기업의 독자적 운영에 대한 승인을 보류 중이라고 주장했다.
USTR가 새 무역조치를 시행할지 결정하지는 않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미국이 새 카드를 꺼낸다면 중국과 무역 전쟁에서 3번째 공격이 되기 때문에 중국의 보복도 한층 거세질 수 있다.
미 의회도 중국을 겨냥한 조치를 추진 중이다. 중국의 미국 내 첨단산업 투자에 제동을 거는 법안을 마련한다.
미 상·하원은 '특별관심국가'의 자본이 미국 첨단기술과 안보 관련 기업에 투자할 경우 투자 허가 요건을 강화해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핵심기술 유출을 막는 외국인투자위험조사현대화법(FIRRMA)을 심의하고 있다. 특별관심국으로 표현됐지만 법안의 목표는 중국이라는 해석이다.
앞서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 500억달러어치에 대한 관세 폭탄을 예고하자 중국은 곧장 미국산 수입품 108개에 대한 맞불 관세를 발표했다.
곧이어 2라운드에서도 미국이 중국 IT 산업을 겨냥해 1000억달러의 추가 관세 가능성을 경고하자 중국도 보복 관세로 즉각 응수한 상태다. 중국은 미국 기업의 인수합병(M&A)을 겨냥해서도 승인을 보류하는 것을 카드도 꺼내 들었다.
미 반도체 기업 퀄컴이 네덜란드 NXP를 인수하는 데 중국 상무부 승인이 나오지 않고 있으며, 미국 베인캐피털이 주도하는 한·미·일 연합의 일본 도시바반도체 인수에서도 중국 당국의 반독점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
미국이 세 번째 카드를 꺼낸다면 이는 서비스 분야에서 중국을 상대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노림수가 될 수 있다고 WSJ은 진단했다. 무역조치는 준비 기간으로만 수개월이 걸리지만 이는 미국이 손에 쥔 카드가 또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