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미·중은 지금 양자컴퓨터 혈투중... "승자가 미래산업 이끈다"

무역전쟁을 경고하며 기 싸움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이 양자컴퓨터 개발 분야에서는 이미 혈투를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양자컴퓨터는 반도체가 아닌 원자를 기억소자로 활용, 슈퍼컴퓨터의 한계를 뛰어넘는 첨단 미래형 컴퓨터다. 56비트로 된 비밀 암호를 무작위로 찾아내려면 기존 컴퓨터로는 1000년이 걸리지만 양자 컴퓨터를 이용하면 약 4분 만에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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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터가 제조업, 제약 등에 접목되면 산업 지형도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이 분야를 선점하는 이가 미래 산업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무역전쟁은 잊어라, 중국은 양자컴퓨터 군비경쟁에서 승리하고 싶다'는 기사를 통해 차세대 컴퓨터 분야에서 진행되는 양국 경쟁 양상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이 같은 양자컴퓨터의 가치를 잘 알기에 총력을 다해 투자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안후이성 허페이에 양자정보과학용 국영실험실을 짓고 있다. 오는 2020년에 완공될 예정인데 투자비만 100억달러(약 10조7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 규모를 자랑한다.

중국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미국도 지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2016년 미국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양자 연구에 투입하는 연간 연구비만 2억달러(약 2100억원)다.

이처럼 G2 미국과 중국이 양자컴퓨터 기술 개발에 목을 매는 이유는 암호화 기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양자 기술 연구 회사인 패틴포매틱스의 임원인 토니 트리페는 “양자컴퓨터 기술이 접목된 암호 데이터는 해킹 불가능한 시스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이 기술은 기존 컴퓨터의 암호망을 무력화하는 데도 사용될 수 있다. 트리페는 “양자컴퓨터 기술을 보유한 조직과 국가는 다른 시스템을 매우 빠르게 혼란에 빠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자컴퓨터 기술이 사이버전쟁에 도입되면 무시무시한 무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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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의 인공지능(AI) 부문 부사장인 다리오 질은 “전산 분야의 양자 기술은 컴퓨터의 미래”라고 말했다.

그간 양자컴퓨터 기술 분야에서는 미국이 IBM, 인텔 등 글로벌 업체가 보유한 여러 특허를 앞세워 독주해왔다.

하지만 중국이 최근 기술 격차를 거의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 덕분이다. 2016년 8월 세계 최초로 양자 통신 위성을 쏘아 올렸다고 중국 정부가 발표할 정도로 기술력이 급성장했다.

반면 미국은 양자 컴퓨터 기술 개발과 암호화 하드웨어 등에 대한 정부 지원 예산이 줄어들고 있어 향후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것이 아니냐는 내부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스콧 크라우더 IBM 양자컴퓨터 부문 수석 기술 연구원은 “이 분야에 대한 미국 정부의 투자는 경쟁력을 유지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이론 물리학을 연구하는 조너선 다울링도 “미국은 총괄 조직이 없는 상태에서 여러 분야에서 서로 다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중국은 자신들이 무엇을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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