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 펀치]<60>배려가 막아 줄 미래의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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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학기 첫 수업 시간에 '부모님께 전화하기' 숙제를 내는 것이 조금은 생뚱맞지만 지성인에게 필수인 배려를 강조하는 방법으로는 제격이다. 특히 개인주의가 대세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타인을 배려하는 행위는 단순한 선의가 아니다. 서로 돕고 아끼는 배려의 상실이 우리나라를 위험한 상태로 내몰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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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임상심리학회에 따르면 심리학자들이 대한민국의 현재 고독 지수를 78점으로 평가했다고 한다. 개인주의 심화, 세대 갈등, 노후 생활 불안, 가치관 혼란, 사회 구조 변화 등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사회에서 배려가 자취를 감춘 결과다. 과도한 고독 지수는 우울증 발현, 자살 충동, 악성 댓글 작성, 혐오 범죄 유발 등 위험성이 있어 더욱 심각하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일자리 부족, 사회 변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심의 비대면 접촉 사회가 고독 지수 증가의 직접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혼술, 혼밥 등이 대변하는 개인주의를 4차 산업혁명이 조장한다는 비판도 있다. 사람 대신 로봇 친구와 시간을 보내고, 반려동물이 인간을 대신하는 현실과 함께 SNS이 '친구는 많지만 진짜 친구는 없다'는 아이러니를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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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사회에서는 어려운 사람을 돕고, 서로의 일을 거들어 주는 단순한 행위로부터 타인의 심리 불안 등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행위가 배려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배려의 추가를 요구한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하여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로봇, 사회 변화를 주도하는 인터넷 서비스 등의 출현 때문이다. 로봇과 서비스 개발에 '배려'의 마음을 담지 않으면 결국 인류 파멸까지 불러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살상무기 개발을 거부한 KAIST 연구진의 선택은 본받을 만하다.

국가가 나서서 배려를 훈련해야 한다. 가족 및 친지 관계로부터 인류를 아끼는 생각과 방법을 어려서부터 배울 수 있도록 교육 체계를 정립해야 한다. 특히 개발자에게 배려를 교육하지 않으면 악한 로봇으로 득시글거리는 미래를 경험할 수도 있다. 오히려 악한 로봇에게 박수를 치는 경우까지 우려된다. 끔찍한 일이다.

최근 개봉된 영화 '더 플레이어 원'에서 스티븐 스필버그는 건담 등 다양한 캐릭터를 출연시켜서 주목 받았지만 무엇보다 가상현실(VR) 및 현실을 오가는 파지발과 친구들이 오아시스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보여 준 인류애와 애정을 강조했다. 오아시스를 장악해서 개인의 부를 챙기려는 사물인터넷(IoT) 사장 소렌토와 비교된다. 또 이 영화는 악을 격파하는 과정에서 '왜 미래 사회 구성원으로서 로봇 개발자의 배려가 필요한지'를 보여 준다. 배려의 마음을 담지 않고 구현된 로봇과 서비스는 또 다른 영화 '다이하드' 시리즈에서 악당들이 벌이는 악의 행위로 나타난다. 비행기를 추락시키려 하고, 국가 기간 시설을 파괴하려는 개발자는 도처에 숨어 있다. 인류에 대한 배려로 착한 로봇과 서비스를 구현하는 개발자가 절실하다. 멀지않은 미래에 서로 다른 로봇의 싸움을 보면서 아파하지 않을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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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으로 변화하는 사회가 인간 중심 사회로 지속 발전하기 위해 배려 방식의 변화는 필수다. 인간을 창조한 신이 인간에게 악함을 허용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인간의 미래를 결정하는 주체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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