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우버-그랩 통합에 제동..."경쟁법 위반 소지"

싱가포르 당국이 동남아시아 차량호출 업계를 양분해온 '그랩'과 '우버' 서비스 통합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양사의 '빅딜'로 서비스가 통합되면 그랩은 인구 6억4000만명의 동남아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게 된다. 이 경우 경쟁체제가 무너지면서 요금이 인상되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만큼 당장 서비스를 통합하지 말고 그대로 두라는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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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일간 더 스트레이츠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싱가포르 공정경쟁 감독기구인 경쟁위원회(CCS)는 전날 우버의 동남아 사업 매각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면서 '경쟁 유지를 위한 임시 조처'를 제안했다.

CCS가 내린 임시 조처는 우버와 그랩이 '사업부문 매매' 이전에 독자 적용해온 서비스 요금과 요금 정책, 제품(서비스) 옵션 등을 그대로 유지하라는 것이다.

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싱가포르 내 사업을 통합하거나 각자의 사업을 축소해서도 안되며, 양사가 보유한 요금제·고객·파트너 등에 관한 영업비밀을 공유할 수 없다는 점도 명시했다.

지난 2005년 무역산업부 산하에 설립된 CCS가 인수합병 예정 기업을 대상으로 이런 임시 조처를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합병회사 지분 27.5%를 받는 조건으로 동남아 지역 사업을 매각한 우버와 이를 사들인 그랩의 서비스 통합은 CCS의 조사가 끝날 때까지 미뤄지게 됐다.

동남아시아 차량호출 서비스 사업을 양분해온 그랩과 우버의 빅딜 발표 당시부터 서비스 통합에 따른 경쟁 실종과 요금 인상 우려는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우버는 지난 26일 동남아시아 사업 매각 발표 직후 고객들에게 보낸 '중요 공지'를 통해 다음 달 8일부로 자사의 동남아시아 지역 서비스가 그랩과 통합되고 모든 요청은 그랩 플랫폼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통보했다.

우버는 따라서 고객들은 그랩의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은 뒤 새로 계정을 만들라고 안내했다.이 경우 기존 우버 고객들이 쌓았던 이용 실적과 포인트 등 혜택은 모두 사라진다. 장기적으로는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림 켈 제이 그랩 싱가포르 대표는 “고객들의 우려를 고려해 우리는 자발적으로 기존 요금구조를 유지하고 기본요금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며 “이것이 우리가 CCS와 대중에게 줄 수 있는 약속”이라고 말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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