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이하 협의회) 논의 과정에서 한 전문가 위원이 보편요금제 도입을 조건으로 일반 소매요금에 대해서는 정부규제를 최소화할 것을 제안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 결과보고서'를 입수·분석한 결과 이 같이 드러났다.
보고서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보편요금제 도입 △기초연금수급자 요금감면 △기본료 폐지 4대 정책에 대한 논의 내용을 정리했다. 총 61페이지 분량으로 논의 참여자 핵심 입장과 결론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참가자 입장 확인을 거친 최종 정리 자료다.
보고서에서 한 전문가 위원은 보편요금제 정책대안으로 “국민 통신 서비스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최소한의 요금·제공량 수준을 산출해 보편요금제를 도입해야 한다”면서 “이외 소매요금에 대해서는 인가제 폐지 등 정부의 규제범위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동통신사는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이통사는 “수정·보완사항 의견은 없으며 자율적으로 보편요금제를 출시하는 것 역시 부정적”이라면서 “현행 인가·신고제 등 규제를 완화해 시장에서 자율 경쟁이 이뤄질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보편요금제 도입 시 적자전환 가능성, 5G 투자에 있어서 후발사업자 어려움, 알뜰폰 유사요금제 존재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통사는 인가제폐지, 신고제완화, 제로레이팅을 대안으로 내걸었다.
정부는 “보편요금제 입법(안)에 대해 통신비 경감이 담보될 수 있는 방향으로 수정·보완 의견을 전달한다면 받아들이겠다”고 정리했다.
보고서는 보편요금제에 대한 상반된 입장을 확인하면서도 “국민 통신비 부담 경감을 위해 증가하는 데이터 수요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중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정부가 제기한 시장의 문제점을 확인·공유했다”며 부분 성과를 제시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관련 논의에서 공개된 내용 외에 다양한 대안이 논의된 것으로 나타났다.
KT와 알뜰폰협회는 단말기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외산단말기에 대한 인증·관세 완화를 주장했다.
KT는 '장려금 총량제'도 제안했다. 이통사와 제조사의 유통망 장려금을 합쳐 일정 금액 이상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제도로 단말기와 서비스 결합 완화 효과를 기대했지만 폭넓은 동의를 얻지는 못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완전자급제를 도입할 경우에도 글로벌 경쟁 상황을 고려할 때 단말기 가격인하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협의회는 “단말기 자급제를 법으로 강제하기보다 단말기 자급률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합의 결과를 제시했다.
정부가 협의회 결과보고서를 국회에 전달했지만 단말기 완전자급제와 보편요금제 등 논의가 속도를 낼지는 미지수다.
국회 관계자는 “보편요금제 등 이통사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논의주제 선정, 통신비 인하에 대한 보상 등에 대해 치밀한 준비 없이 협의회를 시작한 것으로 평가했다”면서 “입법과정에 논의 결과 반영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