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의 화성탐사가 '꿈'을 넘어 '현실'이 되려면 여러 난관을 넘어야 한다. 사람을 화성으로 보내는 것 자체가 처음이다. 엘론 머스크의 청사진대로 탑승객 100명을 화성으로 보내려면 기존의 기술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1. 100명의 안전은
선결 과제는 대규모 인원의 안전 확보다. 스페이스X를 비롯해 어떤 우주발사체도 100명에 달하는 인원의 생명유지 역량을 입증한 적이 없다. 무게를 가볍게 하면서도 효과적인 생명유지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러시아의 소유즈 우주선은 4명을 우주로 보내는데 10톤에 달하는 생명유지장치를 활용했다. 100명 분의 생명유지장치는 중량이 클 수밖에 없다.
스페이스X의 '빅 팔콘 로켓(BFR)'은 총 150톤 저장공간을 확보해 화성탐사에 나선다. 한정된 중량으로 생명유지장치는 물론 탑승자, 식량 등도 실어야 한다. 충분한 생명유지 관련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유인 탐사 규모를 대폭 축소해야 한다. 무리한 시도는 자칫 '초대형 참사'를 낳을 수 있다.
방효충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화상탐사는 대규모 인원을 동반해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하다”면서 “효율적이고 적은 중량의 생명유지장치 구현을 위해 세심한 기술고도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 비행기간 단축은
우주 비행 기간 단축도 탑승객 안전에 필수 요소다. 비행 기간은 인류의 화성행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장기간 우주비행은 우주 방사능, 무중력 환경 노출로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스페이스X도 이런 상황을 고려해 '3개월 만에 지구에서 화성에 도달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막대한 추력(엔진의 힘으로 앞으로 이동하는 힘)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동안 화성행에는 스페이스X의 계획보다 3배 이상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화성행에 주로 쓰는 '호만 전이 궤도'를 이용할 때 대략 10개월이 걸렸다. 호만 전이 궤도는 지구와 화성의 태양 공전궤도를 타원으로 연결한 최적의 경로다. BFR가 기존보다 비행기간을 단축시키려면 그만큼 추력을 더해야 한다.
문제는 추가 추력 확보가 곧 급격한 연료 소모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속력을 높이면 연료 소모량이 급증한다. 이후 속력을 줄여 착륙하는 '추진 착륙' 과정도 마찬가지다. 속력을 많이 높였다면 이를 상쇄하는 힘도 커야 한다. 연료를 많이 실을 수밖에 없다. 현재의 메탄 기반 랩터 엔진으로는 한계에 부딪히기 쉽다.
방 교수는 “언젠가 개발될 광자로켓(광자의 분출반동을 이용하는 로켓)이 개발되지 않는 이상, 기존의 로켓 기술은 한계가 명백하다”면서 “엘론 머스크의 계획을 무조건 믿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3. 화성 착륙 후에는
BFR가 예정된 기간 내에 무사히 화성에 착륙해도 난관이 기다린다. 엘론 머스크의 목표는 화성에 깃발을 꽂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화성 착륙 후 각종 인프라를 구축하고 탐사까지 마쳐야 목표를 이룬다.
화성 탐사 과정에도 여러 우려점이 있다. 자원 확보가 최대 관건이다. 엘론 머스크는 화성에 대규모 태양 전지 패널을 구축해 전력을 얻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현재 기술 수준으로 필요한 양의 자원 확보해 탐사에 나설 수 있을지를 의심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화성은 지구와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 어떤 장애 및 위협 요소가 있을지 알 수 없다. 화성에 구축하기로 한 설비의 작동 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 엘론 머스크도 2022년 화성에 도달할 로켓의 우선 목표로 '각종 위험요소 파악'을 내세웠다.
권세진 KAIST 인공위성연구소장은 “탐사 활동에는 상당한 자원이 필요하다”면서 “전력 확보, 연료 생산 모두 기존에 가능한 기술을 활용하지만 화성에서 충분한 효율을 얻을 수 있는지는 더 생각해 봐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4. 지구 귀환은
엘론 머스크는 화성의 중력이 낮아 BFR가 충분히 지구로 귀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화성으로 오면서 소모한 추진제는 현지 조달할 계획이다. 화성의 대기와 얼음을 이용, 메탄 연료를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상당히 야심찬 계획이지만 전문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화성탐사 후 지구로 귀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지금까지는 화성탐사 후 지구로 돌아온 사례가 없다. 지구에서 화성에 도달하는 것과 화성에서 지구로 돌아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얘기다.
지구에서처럼 정밀한 발사설비를 구축하기 어렵고, 연료 확보도 쉽지 않다. 연료 생산에 막대한 전력이 필요해 충분한 수준의연료를 확보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BFR 안전성도 담보하지 못한다. 이미 화성으로 향하는 극한의 여정을 겪은 상태에서 재차 귀환길에 오르는 것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권 소장은 “엘론 머스크의 계획은 상당히 도전적인 것”이라면서 “그동안 행보를 볼 때 실패를 예상하진 않지만, 지금 단계에서 섣불리 성공을 논하기도 어렵다”고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놨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