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복인 KT&G 사장이 연임에 성공하며 3년 더 회사를 이끌게 됐다. 백 사장 연임에 반대하고 사외이사 증원을 요구했던 2대 주주 IBK기업은행 측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백 사장은 연임에 성공했지만 인도네시아 자회사인 트리삭티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금융감독원의 정밀감사와 전직 임직원들의 고발에 따른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어 향후 험로가 예상된다. 또한 표 대결에서 승리했지만 2대 주주의 반대로 향후 경영 간섭이 심해질 우려도 제기돼 이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KT&G는 16일 대전 인재개발원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주총 참석인원대비 76.26%, 의결권 있는 주식대비 56.34% 찬성률로 연임에 성공했다.
2대 주주인 기업은행(6.93%)은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가 단 이틀간만 지원서류를 접수한 절차 등을 문제 삼으며 연임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다수 주주들은 백 사장 손을 들어줬다.
1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전날 중립 의견을 밝히면서 기권한 가운데 절반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53.16%)와 개인주주(20.71%) 중 다수가 연임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백 사장 연임의 키를 쥔 외국인 투자자가 백 사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기업은행 측이 제안한 사외이사 증원 또한 별도 표결 없이 대리인 위임장만으로 부결됐다. 신규 사외이사로도 KT&G 사외이사후보 추천위원회가 추천한 백종수 전 부산검찰청 검사장(58)이 선임됐다.
백 사장은 이번에 적지 않은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연임에 성공했지만 향후 금감원 정밀감리, 검찰조사 등 적지 않은 난관을 남겨두고 있다. 당장 KT&G와 백 사장은 트리삭티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정밀감리와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 향후 조사과정에서 백 사장의 혐의점이 드러날 경우 KT&G는 경영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KT&G 노조는 연임에 찬성한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백 사장의 연임에 반대해 온 목소리도 적지 않아 찬반으로 갈린 조직을 조율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최대 주주와 2대 주주는 국민연금과 IBK기업은행이지만 지분 구조상 사실상 외국계 기업이라는 논란이 제기될 우려도 제기된다.
주총 후 백 사장은 “급격히 변화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회사를 이끌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성장 중심의 공격적인 해외사업 확대 전략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홍삼과 제약, 화장품, 부동산 사업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주주가치 극대화와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KT&G의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의 공채 출신 첫 CEO인 백 사장은 1993년 입사 이후 26년 동안 전략, 마케팅, 글로벌, 생산·R&D 등 주요사업의 요직을 거치며 다양한 업무 경험을 쌓아 왔다. 백 사장은 다양한 분야의 현장 경험과 전략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기획력과 업무 추진력을 강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5년 KT&G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에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원화강세 등 불리한 수출 환경 속에서도 신흥시장을 적극 개척해 판로를 확대하는 등 해외사업을 집중 육성했다.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한 끝에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해외 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으며 국내 시장에서는 궐련형 전자담배 '릴'을 성공적으로 출시해 시장에 안착시켰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