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신용카드 집적회로(IC) 단말기 전환 사업에 '키오스크 단말기' 가 새 뇌관으로 부상했다.
7월 20일 IC우선결제가 시행되지만, 수만여대의 '키오스크 단말기 교체'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결제 대란이 우려된다. 금융당국도 사태가 심각하다고 판단, 전수조사는 물론 대안 마련에 착수했다. 이 상황이라면 전국에 있는 무인자판기나 셀프주유소, 각종 자판기 결제가 먹통이 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 소재 키오스크 결제단말기가 최소 수백만원의 교체비용으로 인해 IC전환 작업이 멈춰섰다.
키오스크(KIOSK)는 공공장소에 설치한 무인단말기를 의미한다. 대개 터치스크린 방식을 적용해 정보를 얻거나 구매·발권·등록 등의 업무를 처리한다. 이 키오스크에 마그네틱 결제기능을 더해 주유소나 관공서 등이 단말기로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키오스크 결제단말기는 셀프주유소, 무인주차정산결제기, 병원 결제정산기, 동사무소 무인발급기 등이다. 특히 전국 셀프주유소는 키오스크 단말기 모듈하나를 바꾸는 데 기기당 교체비용이 수백만원이 소요된다.
한국주유소협회는 금융당국에 정부 신용카드 집적회로(IC) 단말기 전환을 2020년까지 유예해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정부는 시장혼란 방지 및 IC카드 거래 연착륙 유도를 위해 법 시행 이전에 가맹점에 설치해 사용하는 단말기는 3년 동안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주유소의 셀프주유 결제단말기도 유예를 받았다. 3년 유예기간 만료가 7월 19일이다.
이번에 IC결제 전환 유예를 재요청한 것이다. 시장 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 셀프 주유소 2100여곳 가운데 IC결제 단말기로 전환하지 않은 곳이 상당수로 확인됐다.
김문식 한국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전 한국주유소협회장)은 “셀프주유소 키오스크 사용연한을 고려해 사업을 3년 간 연기해달라고 금융위원회에 요청했다”며 “유예가 어려우면 보조금이라도 지원해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키오스크 단말기 IC전환이 더딘 이유는 교체비용이 일반 결제단말기 보다 약 10배가량 비싸기 때문이다.
한 밴(VAN) 대리점 관계자는 “셀프 주유기에 일체형으로 결제단말기가 들어가 있어 모듈을 바꾸는데 최소 400만원의 교체비용이 든다”며 “셀프주유기 10대만 IC로 전환해도 약 4000만원이 들어간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개인사업자는 부담을 더 크게 느낀다.
또 일체형 키오스크는 일반 밴사가 아닌 별도 사업자가 운영한다. 이들 사업자가 IC전환 의무기간이 다가오자, 턱없이 높은 교체비용을 부르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셀프주유기 뿐만이 아니다. 무인 주차 정산시스템과 병원에서 사용 중인 키오스크, 동사무소 무인발급기도 교체 대상이다. 아직 교체되지 않은 곳이 상당수다.
금융당국과 여신금융협회는 사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키오스크 기기 전환에 대한 전수 조사와 대안마련에 착수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주유소협회를 만나 의견을 전해들었으며 향후 더 논의할 예정”이라면서 “법대로 하는 것과 유예 이외의 제3의 선택지가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표명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도 “이미 교체한 곳과 형평성 문제 때문에 키오스크 기기의 IC전환 유예는 사실상 어렵다”며 “대신 여신금융협회 중심으로 교체 시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