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소프트웨어를 기반한 산업 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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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기술(ICT)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다시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또 ICT 가운데 소프트웨어(SW)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것도 새삼스럽다. SW 산업인뿐만 아니라 대다수 국민이 4차 산업혁명과 ICT의 관계, 그 가운데에서도 SW가 핵심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일명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언급된 4차 산업혁명의 초기 정의는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디지털과 바이오 산업, 물리학 등의 경계를 융합하는 기술 혁명'이다. 새로운 시대에서 기회는 지금까지 정보화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던 산업을 정보화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정의가 모호한 것 같아도 대부분 사람이 해당 용어에 동의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증기기관으로 대변되는 1차 산업혁명도 그러했다. 사람 노동력으로 진행해 오던 그때까지의 모든 산업을 기계기관 적용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엄청난 속도로 세상이 변화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나의 산업이 '다른 영역의 기술'과 융합하기 시작하면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지고, 생성된 그 가치는 새로운 세상을 연다. 2018년 현재 '다른 영역의 기술'은 인공지능(AI)으로 대변되는 SW 기술이다. ICT 산업계에 종사하는 많은 전문가에게 SW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관해 묻는다면 그 대답은 대부분 하나같다.

그러나 국가·산업 차원에서 SW 기술에 얼마나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가, 어떤 SW 세부 분야에 투자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SW 원천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활용 기술 쪽으로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원천 기술과 활용 기술이 모두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고, 소수 의견이지만 모든 기술 투자를 오픈소스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그런데 요즈음 SW 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혹시 이런 논의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SW 기술과 융합할 대상 산업을 찾고 산업을 이해하는 노력 말이다.

SW 기술과 융합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사업은 SW 산업보다 많으며, 크고 넓다. SW 산업과 SW 기술만 바라보면 해당 산업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융합을 통해 해외에서 고속 성장을 하는 기업의 성공 사례는 쉽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성공 사례는 손을 꼽아 가며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개 산업이 융합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수십 년 동안 의자를 만들어서 성공한 사람과 SW 개발로 성공한 두 사람이 서로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심지어 3년 전에는 서로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엄청난 진보가 이루어진 셈이지만 말이다. 산업 간의 원활한 융합을 위해 각 산업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점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산업 간 융합은 인력 교류로 시작된다. 산업 융합이라는 것은 한 번에 이뤄지지 않는다. 산업 융합 이전에 지식 융합이 있으며, 지식 융합 이전에 사람 간 유대가 있어야 한다. 서두르지 말고 인력 교류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두 번째는 산업 간 영역 침범에 관해 이해해야 한다. 앞에서 예를 든 의자 제조업과 SW 제조업이 서로의 영역에 선을 그어 두고 융합을 이야기한다면 융합이라는 관점에서 절대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상대방이 내 영역에 관해 너무 많이 알아 간다는 두려움이 있을 정도여야 융합이 이뤄진다.

세 번째는 양방이 이해할 수 있는 데이터와 지식을 쌓아 나가야 한다. 융합이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사용하는 단어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방법, 실행하는 시간 개념, 프로세스 등 모든 부분에서 다르기 때문이다. 간격을 좁혀 나가기 위해서는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공통 기반에서 의견과 합의를 쌓아 나가야 한다. 공통 기반은 양방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데이터를 상대방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쌓아 나가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니 말이다.

오재철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 i@i-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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