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는 올해 국내 통신장비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측했다. 적자 기업은 흑자로 전환하고, 일부는 전년 대비 200%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5세대(5G) 이동통신 투자가 본격화되면 수혜 대상이라는 게 근거다.
그러나 당사자는 장밋빛 전망이 달갑지 않다. 5G 시대 개막에 따른 투자가 국내 통신 장비업체 수혜로 직결될 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 통신장비업체 관계자는 “5G 시장에 쏠린 관심은 높지만 실제 뚜렷한 개발 로드맵은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로드맵 부재는 어떤 5G 장비가 어느 규모로 필요할지 모르는 만큼 쉽사리 투자하지 못한 결과다. 이통사 수요가 명확하지 않아 개발한 장비가 자칫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도 거론한다. 5G 시장에 사활을 걸 만한 환경이 아니라는 의미다.
분명 글로벌 통신장비 기업과는 다른 모습이다. 화웨이, 노키아, 에릭슨 등은 5G에 선제 대응했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다수의 국산장비 업체들이 연구개발(R&D) 자금도, 인력도 부족한 것과 대비된다.
국내 통신장비 업체가 5G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건 분명 쉽지 않다. 글로벌 기업을 상대하기엔 여러모로 역부족이다. 그렇다고 국산 장비를 5G 시장에서 배제할 순 없다. 5G 통신 인프라가 모두 외산 일색이라면 특정 기업 의존도가 높아져 가격 협상 등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국산장비 업체뿐만 아니라 이통사에도 좋은 그림은 아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통사 역할이 절실하다. 올해 초 '5G 중소기업 간담회'에서 한 통신장비업체가 “주파수 할당 조건에 중소기업 제품의 사용 의무를 넣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한 것과 같은 상생 방안이 필요하다. 일정 부분 국내 장비업체가 시장에 참여할 기회가 있어야 기술력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갖춰서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몰론 국내 통신장비업체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이통사의 전향 조치가 있어야 증권가의 장밋빛 전망을 현실로 이룰 수 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