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있는 삶'. 일찍 퇴근해 자기계발을 하거나, 가족과 식사를 한다. 커피 한잔을 들고 산책을 한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그림이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에는 괴리가 있다. 중소기업에서 영업을 책임지는 박 차장은 어제도 거래처 접대를 하고 늦게 귀가한다. 대기업에 다니는 이 부장은 주주총회 준비를 하느라 자정이 넘어 초인종을 누른다. 일과 가정이 균형을 이룬 이른바 '워라벨'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이런 가운데 재계 처음으로 LG전자가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사무직 중심으로 '오후 5시30분 퇴근'을 시작했다. 정부 차원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조치다. 재계 첫 시도다. 지금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주 52시간 근무를 시범 운영해 왔다. LG전자는 이달부터 전 생산직에 주 52시간 근무를 도입한다. 기존 일부 생산 라인에서만 운영하던 주 52시간 근무를 확대했다.
LG전자의 이번 조치는 정부 정책에 대한 화답이다. 현 정부는 일 가정 양립 정책을 천명해 왔다. 근로시간 단축은 일자리 창출은 물론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것으로 접근한다. 국회도 지난주 법개정을 통해 정부 정책에 발을 맞췄다. 주간 근로시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지난주 통과했다. 오는 7월부터 주당 법정 최대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줄어든다.
4차 산업혁명 시대다. 긴 노동시간이 높은 생산성을 보장하는 시기는 끝나간다. 효율적으로 일하면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사업장이 많아져야 한다. 불필요한 야근을 줄이면서 낮 근무시간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우리 사회가 변해야 한다. 다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폭풍처럼, 근로시간 단축 파장을 최소화해야 한다. 주 68시간에서 주 52시간으로 줄어드는 만큼 임금 또는 수당이 줄어드는 사업장에 대한 면밀한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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