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첫 8세대 액정표시장치(LCD) 투자가 업계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사업 비용을 두고 인도 정부, 트윈스타 디스플레이, LG PRI간 조율이 계속되는데다 최근 인도 정부가 태양광 등 다른 산업에 투자 의지를 높이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트윈스타 디스플레이가 준비한 8세대 LCD 투자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 LG PRI가 생산라인을 설계하고 관련 기업과 협의해 필요 장비를 일괄 공급할 수 있도록 트윈스타 디스플레이와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정식 투자를 시작하기 위해 최종 사업 규모를 조율하고 있지만 합의점을 찾는데 쉽지 않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사업 참여를 준비해온 한 협력사 관계자는 “지난해 당시만 해도 올해 초면 사업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양사 의견을 일치시키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며 “당분간 인도 사업에서 별다른 기류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고 전했다.
다른 협력사 관계자는 “아직 이렇다 할 변화가 없어 기약없이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초 트윈스타 모회사인 베단타그룹은 100억달러(약 11조원)를 5단계에 걸쳐 투자해 8세대 LCD 생산라인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17년 투자를 시작해 2018년 생산을 시작하는 게 당초 목표였다. 베단타그룹은 첫 패널 공장을 마하라슈트라 중에 설립키로 하고 2016년 2월 주 정부와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업계는 사업이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를 비용 문제로 꼽았다. LG PRI는 생산라인을 설계하고 이에 최적화된 장비까지 일괄 주문해 공급하는 턴키 방식을 제안했다. 그러나 트윈스타 디스플레이가 비용 문제에 난색을 표하면서 최종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구체 사업 내용과 방식에 대해 계속 조율하고 있지만 사업 비용을 중심으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사업 비용 일부를 지원키로 한 인도 정부가 우선 투자 관심 대상을 디스플레이가 아닌 다른 산업 분야로 옮긴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일례로 인도 정부는 2022년까지 태양광 발전을 10만 메가와트(MW)까지 증설하기 위해 별도 태양광산업단지 조성, 태양광 LED 조명 보급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시티 건설,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을 주요 정책으로 내건 만큼 상대적으로 디스플레이 자체 생산에 투입할 정부 투자 여력이나 의지가 줄어든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한 관계자는 “정부 지원 여력이 줄어들면 트윈스타가 거액의 비용을 조달하기 힘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기약없이 정부 결정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