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의 정보기술(IT) 부서 상황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지속된 경기 침체로 IT 예산을 동결 또는 감축하는 상황이지만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대응하고 혁신과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새로운 IT 도입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인은 단지 예산 부족일까.
기업의 IT 예산은 크게 기존의 IT 시스템 유지보수 비용과 새로운 IT 투자 비용으로 구성된다. 핵심은 비율과 활용 구조다. 전체 예산 가운데 기존 시스템의 유지관리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적게는 60%, 많게는 80% 수준이다. 바꿔 말하면 새로운 비즈니스를 위한 투자가 전체 예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 이면을 보면 IT 서비스에 필요한 소프트웨어(SW)의 제공 벤더에 지불하는 비용이 워낙 높다 보니 정작 새로운 투자는 뒷전으로 밀리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걸 알 수 있다.
해법 가운데 하나는 고비용·저효율 구조의 IT 유지관리 비용을 대폭 줄이고 이를 신규 IT 도입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다. IT 유지관리 비용(TCM)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SW 유지보수와 업그레이드, 커스터마이징 관리 비용 절감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유지관리 비용은 라이선스 비용의 22% 수준으로, 결코 낮은 편이 아니다. 벤더 정책에 의한 강제 업그레이드와 사후 커스터마이징 관리 비용 등 추가 비용을 고려하면 SW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가장 효과 높은 방안이란 걸 이해할 수 있다.
이 비용은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글로벌 기업의 선례를 참고해 보자. 컴퓨터 그래픽 SW 기업 오토데스크는 얼마 전 '제3자 SW 유지보수' 전문 서비스를 도입했다.
제3자 SW 유지보수 서비스는 기존 벤더가 아닌 해당 SW 전문성을 보유한 기업이 적정 비용으로 일련의 서비스를 담당하는 것이다. 이를 활용하면 유지보수 비용 50% 이상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오토데스크는 SW 애플리케이션(앱)을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절감한 비용은 신규 기술 개발에 재투자, 기업 핵심 역량과 가치를 높이고 있다.
이는 아직까지 우리나라 IT 서비스 업계에 대중화되지 않은 개념이다. 그러나 미국, 유럽, 일본 기업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서비스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IT 분야 시장조사 기업 가트너에 따르면 전 세계의 SAP, 오라클 사용 기업 가운데 10~15%가 현재 제3자 SW 유지보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매년 ERP 사용 기업의 제3자 SW 유지보수 서비스 문의는 지속해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3자 유지보수 서비스가 빛을 발하는 것은 비용만이 아니다. 기업은 서비스를 능동으로 신속하고 포괄된 형태로 제공받길 원하지만 기존의 벤더 서비스는 비용 대비 만족스럽지 않다는 평가도 일부 존재한다.
반면에 제3자 SW 유지보수 기업은 신속한 서비스는 물론 컨설팅, 리스크 관리, 보안 솔루션 등 더 포괄된 서비스 제공으로 기업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킨다.
기업마다 놓인 상황은 상이하고, 다양한 고려 사항과 의사 결정 과정도 있다. 그럼에도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선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기업 앞에 놓인 2018년도 IT 서비스 예산을 살펴보고, 이를 10년 후 예산으로 환산해 보자. 변화가 필요한 지점과 순간이 IT 담당자와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의 눈앞에 더욱더 명확히 보일 것이다.
이용행 스피니커서포트 전무 ylee@spinnakersup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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