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4월 당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미국 글로벌 검색 엔진 구글과 야후의 인터넷 시장 지배를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는 위기 의식을 절감하고 유럽형 검색 엔진 개발에 합의했다. 그 결과 시작한 것이 '나는 찾는다'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따온 콰에로(Quaero) 프로젝트였다. 세계 검색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구글에 맞서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등 혁신 멀티미디어 검색 기능을 만들겠다고 야심 차게 시작했지만 결국 이 프로젝트는 3년 만인 2008년에 중단됐다. 그만큼 구글의 벽은 높았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유럽의 상황은 어떠한가. 구글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높아졌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의해 장악돼 있으며,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유무선 동영상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급기야 유럽연합(EU)은 지난해 6월 시장 지배력 남용과 반독점 위반을 앞세워 구글에 3조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하며 유럽의 정보 주권 및 디지털 정보 산업 보호를 위한 처절한 노력을 하고 있다.
현재 구글이 세계 검색 시장의 90% 정도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한국은 네이버와 다음 등 토종 포털 서비스들의 선방으로 중국과 함께 자국 정보 주권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에 있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이 핵심 플랫폼 기능을 하기 시작하면서 토종 포털에 의존한 검색 기능도 급속히 영향력을 잃어 가고 있다. 즉 네이버처럼 검색창에 텍스트를 입력해서 검색하는 방식은 점차 줄어드는 반면에 젊은 세대 중심으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앱을 통한 검색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또 각종 인공지능(AI) 스피커를 통해 음성으로 정보를 찾는 방식 역시 일상화돼 가고 있다. 그나마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게 한 서비스는 갈수록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반영한 정책과 제도의 적극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최근 ICT 정책을 보면 혼란스럽기만 하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ICT 분야 공약 원칙 가운데 하나가 바로 네거티브 규제였다. 다행히 최근 이를 반영해서 각종 신기술 등을 우선 허용한 뒤 사후 규제하는 '네거티브 포괄 규제'와 특정 분야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해 줄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는 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경험했듯 이러한 진흥 중심 정책은 목적과 달리 추진 과정에서 축소되거나 예외를 둬 정작 누더기 입법이 된 것을 자주 경험했다. 특히 게임이나 에니메이션 등 콘텐츠 산업 관련 진흥 법안은 청소년 보호 등 규제 논리에 밀려 진흥법이 아닌 규제법으로 적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진흥과 규제 혁신을 말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도리어 기존에 위헌으로 확정됐거나 위헌 소지가 있는 내용이 담긴 법안들을 입법화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대표 법안이 뉴노멀법과 인터넷 실명제 관련 법안이다. 그러나 포털이 언론이냐 아니냐라는 해묵은 이슈도 사회 합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공익을 명분 삼아 만든 규제는 자칫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국내 기업을 역차별하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 있다. 바로 조금 전만 돌이켜 보자. 가상화폐 대책, 원전 문제, 정규직 전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 등 국익과 직결된 이슈의 어설픈 시행으로 정작 정치권 불신만 더 키웠고, 그 과정에서 국민에게 큰 고통을 안겼다. 이젠 그만 정치권의 역주행을 멈추길 바란다.
성동규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장(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dksung@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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