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범부처를 망라한 혁신성장 정책 수립과 집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육성했던 성장동력 중 지속 지원이 필요한 분야를 혁신성장동력으로 선정해 맞춤형 전략을 만든다. 빠른 시간 내에 성과를 도출하는데 주력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혁신성장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속도감 있는 성과 창출을 주문했다.
소재부품 분야에서는 지능형 반도체와 첨단소재가 13대 혁신성장동력에 포함됐다.
지능형 반도체는 스마트 자동차와 사물인터넷(IoT), 착용형 스마트기기 등 IT 융합 제품의 인공지능 서비스 구현을 위한 융합형 반도체가 대상이다. 세계적으로 영상, 음성, 상황 인식 등 개별 인공지능 알고리듬을 적용한 지능형 반도체 연구가 본격화한 만큼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핵심 기술의 해외 의존, 개발 경험 부족 등 취약점을 해결하는 것이 과제다. 정부는 2022년까지 초저전력 나노소자, 뇌신경모방소자 등 지능형 반도체 원천기술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첨단소재는 혁신적 물성을 갖춘 소재 원천기술과 탄소섬유복합재, 티타늄, 항공 부품, 자동차용 판재 등이 주요 대상이다. 중국 생산 확대로 경쟁이 심화된 범용소재에서 탈피해 소수 글로벌 기업이 지배하는 첨단소재로 시장을 확대한다.
우리나라 소재산업 생태계는 단순 수입 소재 가공에 그쳐 수요 산업의 해외 종속이 심하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자동차, 조선,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 세계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가진 분야에서도 핵심 소재 수입 의존도가 높다.
중국과의 기술 경쟁 상황도 녹록하지 않다. 2025년을 전후해 소재 분야 기술 경쟁력은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격차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칫 중국에 추월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첨단소재 개발부터 중간재, 가공, 제품화로 이어지는 산업 패키지 시스템 개발이 당면과제로 부상했다. 정부는 혁신성장 전략을 통해 2022년까지 타이타늄, 알루미늄 등 수송기기용 산업소재 개발과 첨단소재 가공장비 및 공구 국산화를 추진한다.
실물경제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조만간 반도체,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섬유 신소재 등 업종별 발전 전략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관련 업계는 혁신성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산업 생태계 고도화에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홍순용 KAIST 교수는 “반도체를 완제품이라고 할 경우, 그 기초 소재와 제조 장비 등은 중소기업을 포함한 산업 생태계가 건실하게 갖춰져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정부가 소재부품 각 품목별 산업 생태계 현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어떻게 고도화할 것인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전략도 탈바꿈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단순 자금 지원 등에서 벗어나 수요기업과 협업을 통한 트랙 레코드 확보에 나서야 한다. 새로운 소재부품 사업화와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개발 단계부터 수요기업이 참여해 성공사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적인 차원에서는 중국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에 눈을 돌려야 한다. 중국이 반도체 등 우리에게 뒤진 소재부품 육성에 적극 나서는 가운데, 소재부품 산업이 활로를 찾아야 한다. 메모리 반도체 등 우리가 이미 앞서 있는 분야는 차세대 기술 개발을 통해 초격차를 확대해야 한다. 가격이나 완제품 대량 생산 등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분야는 소재부품 공급 전진기지로 협력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 낫다.
홍 교수는 “중국의 제조2025 전략에 명시된 주요 성장동력은 우리나라와 상당 부분이 겹치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가 핵심 소재부품 분야에서 월등히 앞서나가 중국의 소재부품 공급기지가 되는 전략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