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제작사 중 '최다'...부지 제공자, 홍보·마케팅 효과 노려
테슬라가 전국에 자체 전기자동차 충전소 159곳에 충전기 400대를 구축했다. 한국 진출 10개월 만이다. 현대차 등 국내외 전기차 제작사를 통틀어 가장 많다. 단기간 안에 충전 인프라를 확장할 수 있게 된 것은 회사의 자본력이나 영업력보다 테슬라를 유치, 홍보·마케팅 효과를 노린 부지 제공자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28일 전기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코리아는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테슬라 전용 급속충전 설비 '슈퍼차저' 14곳을 포함해 전국에 테슬라 고객 전용 충전소 159곳을 구축했다. 최대 125㎾h급 출력을 지원하는 급속충전기 83대와 일반 '데스티네이션 차저' 충전기(16㎾h급) 316대 등 전체 충전기 수만 400개에 이른다.
이는 테슬라가 자사 고객에게 별도 판매한 가정용 충전기를 제외한 숫자로, 지금까지 국내에 판매된 테슬라 전기차 300여대보다도 많다. 우리나라 충전 인프라 시장 가격으로 따지면 30억원이 넘는다.
고가 수입차 브랜드 테슬라가 불과 10개월 만에 이 같은 구축 실적을 쌓은 데는 테슬라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하겠다는 유통사 등 국내 업체 대상의 유치 활동이 주효했다.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와 부지 소유자 간 데스티네이션 충전소 구축 계약은 대체로 테슬라가 충전기 및 공사비, 첫 3개월 전기요금을 내고 부지 제공자가 10년 동안 충전 부지 무상 제공과 함께 3개월 이후 전기요금까지 부담하는 형태다. 고압 전기를 쓰는 슈퍼차저는 데스티네이션 계약 조건과 유사하지만 충전에 따른 전기요금은 테슬라가 부담한다. 충전소 위치 등에 따라 부지 무상 제공 기간을 5년으로 줄인 사례도 있다.
이는 국내 충전사업자 계약과 크게 상반된다. 국내업체는 전기 요금은 물론 부동산 시세 등을 고려, 부지 소유자에게 매달 고정비를 내거나 부지 임대료를 최소화하면서 충전 사업에 따른 수익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전기차 시장 초기에는 무상으로 부지를 제공하기도 했지만 최근 부지 사용에 따른 비용이 책정되는 추세다.
충전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테슬라는 국내에 진출한 전기차 업체로, 유일하게 국내에 없는 충전 규격을 쓰기 때문에 자체 충전 인프라 구축이 불가피하지만 충전 인프라 자체가 테슬라의 독자 마케팅 수단이기도 하다”면서 “테슬라 위주 계약 조건에도 그 명성을 이용해 2차 고객을 유치하거나 부동산 가치를 높이려는 유통 업체 수요가 여전히 많다”고 전했다.
테슬라는 국내에 진출한 전기차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타입(Type)2' 충전 표준을 고수, 정부 등이 구축한 공용 충전 인프라 이용이 제한돼 자체 인프라 구축·운영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전력 재판매 사업까지 고려한 미국 본사 정책에 따라 자체 충전 인프라 확대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한편 테슬라가 국내에 시판하고 있는 전기차는 '모델S' 3개 트림이다. 국내 판매 가격은 75D 9945만원, 90D 1억1570만원, 100D 1억2860만원이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