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자문위 "아이코스, 유해성 적다고 볼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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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식품의약청(FDA) 자문위원회가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iQOS)가 일반 담배보다 유해성이 적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반 담배보다 유해성이 적다는 점을 부각하려던 필립모리스 등 전자담배 업체는 마케팅 전략에 타격을 받게 됐다.

FDA는 자문위는 25일(현지시간) 필립모리스 측이 “아이코스가 흡연 관련 질병의 위험을 줄인다”면서 기존 담배의 '위험을 줄인'(Modified Risk) 대안 제품으로 승인해달라며 제출한 서류를 이틀간 심의한 끝에 “분명한 과학적 증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실험실과 동물실험 결과를 토대로 일반 담배를 끊고 아이코스만 사용하는 사람의 흡연 관련 질환 위험이 낮아질 것이라는 제조사의 주장에 대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문위는 아이코스가 인체에 유해 또는 유해 가능성이 있는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 자체는 줄인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자문위원 9명 가운데 8명(1명은 기권)은 이 같은 노출 감소가 각종 흡연 관련 질병의 발병률 및 사망률을 실제로 줄일 것이라는 과학적 증거가 없다며 제조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문위는 상당수 흡연자가 아이코스와 기존 담배를 동시에 장기간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아이코스로 바꿔 전자담배만 이용할 것”이라는 필립모리스 측 주장의 전제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청소년에게 아이코스가 매력을 끌지 못할 것이라는 업체 측 주장과 달리 담배를 피우지 않던 청소년이 전자담배로 흡연을 시작해 일반 담배로 바꾸는 사례가 많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결과가 이미 수차례 발표됐다고 지적했다.

필립모리스 측은 아이코스엔 니코틴을 비롯한 담배 성분이 들어 있지만, 600℃로 태우는 일반 담배와 달리 350℃의 고열로 쪄서 증기를 마시는 방식이어서 유해물질 흡입이 훨씬 적고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자문위 결정에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상황과 흡연이 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증거와 담배회사가 오랫동안 은폐해온 '과거의 비리 전력'도 작용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자문위의 이번 의견에 따라 필립모리스 등 전자담배 업체는 마케팅 전략에 타격을 받게 됐다. 자문위 의견과 권고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FDA는 대체로 권고를 받아들여 정책을 결정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규제 완화 정책에 발맞춰 스콧 고클리브 FDA 청장도 이른바 기존 담배의 위험성을 줄일 혁신적 대안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터여서 몇 달 내로 이뤄질 FDA 결정의 향방은 미지수다.

FDA는 2009년 개정된 흡연 예방 및 담배통제법에서 기존 담배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대체물질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위험 감소' 제품이라는 승인 항목을 신설했다.

아직 이 항목으로 허가받은 제품은 없다. 필립모리스가 처음으로 이 분류에 따라 자사 전자담배 아이코스를 허가해달라고 신청했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