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25일 PC와 모바일 양쪽에서 핵심 라인업을 동시 출시한다. 하드코어 이용자가 많은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서 전통 MMORPG와 신개념 MMORPG를 선보인다. 이정헌 신임 대표 내정자가 첫 번째로 경영능력을 평가 받는 상품들이다.
넥슨은 25일 중국 텐센트가 만든 MMORPG '천애명월도' 오픈베타테스트를 시작한다. 무협을 소재로 사실감 넘치는 그래픽과 경공 등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이 게임은 2016년 7월 중국에서 먼저 서비스를 시작해 흥행했다.
천애명월도는 기존 MMORPG 문법을 따른 '정통파'다. 전문가 고증을 받아 무협 초식을 정교하게 재현했다. 방대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신분은 물론 진영전쟁, 던전, 개인간 전투, 상황형 콘텐츠 등 MMORPG 재미를 충실히 녹여냈다.
한국 PC MMORPG 시장은 한동안 뜸했다. 2016년 2월 네오위즈 '블레스' 2017년 3월 웹젠 '뮤레전드' 등 1년에 한 작품 정도만 출시되며 명맥을 이어갔다. 이 수요는 '리니지2레볼루션' '리니지M' 등 모바일 MMORPG로 옮겨간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여전히 PC MMORPG를 기대하는 이용자가 많다. 펄어비스 '검은사막'은 PC방 순위에서 20위권 시간 점유율을 기록 중이지만 이와는 별개로 집에서 개인적으로 즐기는 수요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사 관계자는 “천애명월도가 기존 MMORPG 이용자 외에 무협 매니아를 확보하는 계기가 될지도 관심”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출시하는 '야생의 땅:듀랑고(듀랑고)'는 MMORPG지만 실험적인 성격을 띤다. 개발기간만 5년이 넘었다.
배경부터 한국 게임업계가 잘 다루지 않았던 '공룡시대'다. 공룡이 사는 세계로 시간여행을 한 인류가 '생존'을 목표로 게임을 진행한다. 전투보다는 채집과 건설 그리고 환경 이용에 초점을 맞췄다
넥슨은 듀랑고 제작에서 도전적인 콘텐츠를 집어넣었다. 주변환경에 따라 식물 등이 성장하고 적절한 사물이 배치되는 인공지능(AI) 기술 '절차적 생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고생물 전공자가 기획에 참여하기도 했다.
개발을 주도한 이은석 넥슨 왓스튜디오 프로듀서는 “새로운 게임이 나와도 금방 비슷한 게임이 출시된다”며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혁신을 만들고 싶었다”고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넥슨은 지난해 게임업계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2010년 이후 매출과 이익 면에서 한국 게임사 중 가장 선두를 달렸다.
지난해부터 넷마블게임즈가 추격 속도를 높였다. 2017년 기준 넥슨과 넷마블은 비슷한 규모 매출을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역할수행게임(RPG) 장르에서 승부가 갈렸다. 넷마블게임즈가 '리니지2레볼루션'으로 조단위 매출을 기록하는 동안 넥슨은 필적할만한 상품을 내놓지 못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넥슨은 매출이 단일게임 의존도가 낮다는 것이 장점이자 고민거리”이라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만한 온라인 MMORPG와 글로벌 신장르 개척이 가능한 모바일 MMORPG를 같이 내놓으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