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국경 없는 세상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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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근무지는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다. 지난해 말 '월드프렌즈코리아(WFK) 자문단' 발대식 이후 해외 파견 과정을 거친 뒤 이곳 전자정부기술센터에 자문관으로 파견 나온 지 보름이 지났다. 아직까지 숙소를 구하고 거주 등록, 재외국민 등록, 근무 부처, 대사관, 관련 기관에 인사하기 바빠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간 줄을 모르겠다.

WFK 자문단은 퇴직자들이 자신이 쌓은 경험과 지식을 개발도상국에 전파하는 등 매년 남미, 아프리카, 동남아 등 세계 각 지역에 파견돼 자문역 활동을 하고 있다. 2010년 첫 파견자가 나간 뒤로 지금까지 800여명이 세계 곳곳에서 경제, 교육, 의료, 농업, 정보통신 등 다양한 분야와 관련된 정책 자문에 응해서 조언해 주는 등 현지에서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한 이후 개도국 대상으로 공공개발원조(ODA) 규모를 계속 늘려 오고 있다. DAC 회원국 지원 가운데에서도 대한민국은 유달리 개도국으로부터 인기가 높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국익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ODA를 100대 국정 과제의 하나로 제시했다. 최근 10년 동안의 대외 원조액은 100억달러에 육박한다. 이곳 우즈베키스탄에서 러시아는 제1교역국, 중국은 최대 투자국이다. 일본은 최대 유·무상 원조국인 가운데 나름대로 경쟁은 치열하지만 ODA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기업의 해외 진출도 더욱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근무한 지 며칠 지나진 않았지만 자문을 기다리기보다 내가 도울 일로는 무엇이 있을까 고민도 해본다. 이곳은 친절하고 생활비가 싸며 깨끗한 나라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내게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문화 차이 때문에 선뜻 내 것이 옳다고 주장할 순 없지만 그러면서도 개선됨으로써 서로 좋아질 수만 있다면 조언을 마다할 필요는 없으리라.

당장 눈에 띄는, 이곳 생활에서 불편한 점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서로 '다름'의 대화를 하다보면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배워야 할 점도 있을 것이고, 어쩌면 지금까지 관행과 관습에 의해 불편함을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었을 수도 있다. 원조를 받는 나라의 문화와 시스템을 최대 존중하면서 서로 조금씩 시각을 바꾸다 보면 좀 더 편리하고 체계를 갖춘 방향으로 시스템이 개선될 것이고, 궁극으로는 어디서나 통하는 '국경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으리라.

여기 지하철에서는 인터넷과 전화가 전혀 되지 않고, 출구 번호도 붙어 있지 않다. 환승역에서 만나기로 한 사람이 늦어도 연락할 방법이 없다. 교통카드는 물론 은행카드도 거의 쓰이지 않고 있다. 간단해 보이는 민원도 서류를 요구한다. 기관 간 연계만 되면 더 이상 불필요할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여기에는 현지인 나름대로의 답이 있었다. 불편함 이상의 또 다른 납득 이유가 있었다. 그럼에도 이곳 현지 교민들은 지난 2016년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 취임 이래 엄청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전한다. 공식 환율이 고시됐고, 출입국 절차가 간편해졌다. 과감하면서도 점진 개선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는 것이다.

며칠 전 뉴스에는 우즈베키스탄 내 인터넷 속도가 주변 독립국가연합(CIS) 회원국보다 10배가량 낮은 상태인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문제 해결을 지시, 눈길을 끌고 있다. 2020년까지 인터넷 속도를 지금보다 약 4배 개선하고, 인터넷 이용 요금 인하 방안 검토도 지시했다. 인터넷 사용 인구는 현재 인구 60%인 약 2000만명이며, 수도 타슈켄트와 기타 지역의 통신 환경 격차가 큰 실정이다.

한국의 초고속인터넷망 구축 노하우를 반영한다면 최소한의 시행착오로 추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문관의 생생한 경험담을 바탕으로 한 지식을 공유함으로써 실질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으리라. 마침 다음 달 23일 마감의 2018년 월드프렌즈 자문단 모집 공고가 올라왔다. 국제사회에 우리 한국의 기여도와 국가 브랜드를 높일 인재의 적극 참여를 기대해 본다.

신상철 WFK/IT자문관 ssc032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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