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고민
신제품을 출시하고 매일 인터넷으로 고객 반응을 살피는 오 부장은 고민이 생겼다. 고객들이 출시 전부터 '감 놔라, 배 놔라' 말이 많더니 이제는 이것저것 세세한 부분까지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 부장은 이런 의견들 때문에 신제품 이미지가 나빠지지나 않을까 걱정까지 된다. 고객의 넘치는 관심, 좋은 방향으로 쓸 순 없을까.
▲오늘의 성공스토리
세계 수준의 컨설팅 회사 AT커니는 회사와 제품의 '고객 에너지'를 놓치지 말라고 충고한다. 이때 고객 에너지란 제품 개발에서 생산, 유통에 이르기까지 고객이 활발하게 의견을 내고 참여하는 데서 나오는 에너지를 말한다. 기업이 이것을 잘 활용하면 제품 개발 비용을 줄이거나 매출을 늘릴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
실제로 글로벌 완구 업체 레고(LEGO)는 고객 에너지를 잘 활용해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마련했다. 그러나 레고도 처음부터 고객 에너지를 잘 활용한 건 아니다. 레고는 원래 자사 제품과 정보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제품 디자인도 디자이너만 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들어와 회사가 어려움에 빠지기 시작하자 이들은 생각을 바꿨다. 레고에 열광하는 팬의 '고객 에너지'에서 회사의 새 기회를 찾기로 한 것이다.
먼저 레고는 고객 에너지를 더 크게 키우는 데 집중했다. 1998년 레고는 움직이는 레고 로봇 '마인드 스톰'을 내놓았다. 그런데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이 제품은 출시된 지 고작 4주 만에 스탠퍼드대 학생에 의해 핵심 운용체계(OS)가 해킹 당했다. 모두가 망했다고 좌절하던 그때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고객이 유출된 시스템을 토대로 다양한 버전의 레고 로봇을 만들어 인터넷에 올렸고, 이것이 인기를 끌면서 마인드 스톰은 오히려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이렇게 레고에 대한 넘치는 고객 에너지가 '붐'을 끌어내자 레고는 고객 에너지의 위력을 깨달았고, 아예 더 많은 정보를 대중에게 오픈하기 시작했다.
레고는 우선 'LEGOfactory.com'이라는 사이트를 꾸려서 3D 건축 모형을 디자인하는 소프트웨어(SW)를 공유했다. 또 'Design by me'에서 자신이 직접 제품을 디자인하고 받아 볼 수 있게 했다. 그 밖에도 열성 고객을 '대사'로 임명하고, 팬 커뮤니티를 공식화하는 등 고객 에너지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이렇게 키운 고객 에너지를 잘 활용하기 위해 2008년에는 자발로 레고를 개발하는 사람들의 에너지를 모을 수 있는 마당을 마련하기도 했다. 바로 온라인 사이트 '큐소(Cuusoo)'를 오픈한 것이다. 큐소는 고객들이 직접 만든 레고 작품을 공유하고 다른 회원의 평가도 받을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고객끼리 다양한 제품 아이디어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큐소에 올라온 고객 작품이 실제 제품으로 개발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회원으로부터 1만건 이상 추천을 받은 작품은 본사 상품개발팀에서 정식으로 검토하며, 제안한 레고 작품이 출시되면 매출 1%는 아이디어를 낸 고객에게 돌려준다. 게다가 디자이너 권한을 주어 제품 개발에도 참여할 수 있게 한다. 이처럼 보상까지 확실하게 해 주니 고객 에너지가 끊이지 않고 만들어질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레고는 연구개발(R&D) 비용을 추가로 들이지 않고도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 2012년에는 매출 60%가 고객 참여로 개발한 신제품에서 나오기도 했다. 더 나아가 레고는 브랜드 친숙함, 소비자 충성도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2017년에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브랜드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오늘의 아이디어
혹시 당신도 우리 제품에 대한 고객들의 지나친 의견이 골칫거리처럼 느껴지진 않은가. 넘쳐 나는 고객의 에너지를 창의로 흡수해 보자. 생각지도 못한 신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정리=이윤정 IGM 글로벌 응용센터 주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