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4개월째 번호이동 감소···가격 경쟁력 상실 등 총체적 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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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번호이동 가입자가 4개월 연속 감소했다. 도매대가 협상 지연으로 신규 요금제를 출시하지 못한데다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 등으로 가격 경쟁력을 상실했다. 뚜렷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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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번호이동 가입자가 4개월 연속 감소했다. 도매대가 협상 지연으로 신규 요금제를 출시하지 못한데다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 등으로 가격 경쟁력을 상실했다. 뚜렷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지난해 12월 알뜰폰 번호이동 순감이 1838명으로 집계됐다. 이통 3사에서 알뜰폰으로 이동한 가입자는 5만3725명이지만, 반대의 경우가 5만5563명으로 많았다. 9월(366명 순감)과 10월(1648명 순감), 11월(4643명 순감)에 이어 4개월 연속 순감이다.

알뜰폰 번호이동 가입자는 지난해 7월 3857명 순감을 기록하며 알뜰폰 서비스가 시작된 이래 최초 감소했다. 당시 번호이동 순감은 이동통신 3사가 알뜰폰 가입자 타깃 마케팅을 실시한 결과다.

방송통신위원회가 행정지도 등을 통해 시장 정화에 나서면서 8월 알뜰폰 번호이동은 3507명 순증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9월부터 다시 순감이 이어지고 있다. 이통사 타깃 마케팅 외에 다른 요인 때문으로 풀이된다.

알뜰폰은 지난해 9월15일부터 이통사 선택약정 할인율이 20%에서 25%로 상향된 게 가장 큰 이유로 보고 있다. 고가폰과 고가 요금제 중심이던 선택약정 가입자가 중저가폰과 중저가 요금제에서도 선택약정을 선택하고 있다.

하창직 알뜰폰협회 사무국장은 “선태약정 할인폭 확대로, 이통사 가입자 75%가 선태약정을 선택한다”며 “알뜰폰 가격 경쟁력이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매대가 협상이 늦어진 것도 알뜰폰 번호이동 순감에 영향을 미쳤다. 알뜰폰은 매년 도매대가 협상 직후 특색 있는 신규 요금제를 출시했다. 지난해 8월 말 목표였던 도매대가 협상이 11월에 끝나면서 알뜰폰은 경쟁력 있는 요금제를 출시하지 못했다.

정부가 지난해 12윌 취약계층에 1만1000원씩 통신요금을 추가 감면하면서 알뜰폰 경쟁력은 약해졌다. 알뜰폰 가입자 약 70%가 2G·3G 서비스와 저가 요금제 이용자이기 때문에 취약계층 추가 요금감면은 직격탄이 됐다.

앞으로도 이 같은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없다는데 알뜰폰이 고민하고 있다. 정부는 2만원대에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보편요금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알뜰폰은 가입자 이탈이 가속화될 것을 우려한다.

알뜰폰이 수익을 개선하려면 LTE 가입자를 늘려야 하는데 도매대가 협상 결과는 이와 반대다. 고가 요금제에서 통신사 수익이 늘어나도록 수익배분율이 조정됐다.

알뜰폰 관계자는 “최고가 요금제에서는 SK텔레콤 수익배분율이 늘어났는데 KT도 이와 같은 도매대가를 통보했다”며 “LG유플러스 역시 동일한 결정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없으면 알뜰폰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알뜰폰 번호이동 현황(2017년, 단위:명)>

알뜰폰 번호이동 현황(2017년, 단위:명)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