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중이온가속기 적기 완성이 중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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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병식 한국물리학회 핵물리분과위원장(고려대 교수)

정부는 우리나라 기초 과학의 눈부신 도약을 목표로 지난 2011년 기초과학연구원(IBS)을 설립했다. IBS는 설립 후 대표 연구 시설로 중이온가속기 라온(RAON)을 건설하기로 결정했고, 2021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 한창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IBS가 중이온가속기를 건설하기로 결정한 데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희귀한 동위원소를 이용한 연구는 세계에서도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앞으로 새로운 연구 결과를 거둘 가능성이 짙다. 희귀 동위원소를 이용한 기초 연구는 1960년대에 세계의 여러 핵물리 연구기관에서 시작됐지만 강도 높은 빔을 만들기 위한 기술의 한계로 한동안 큰 진전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이 문제점이 극복되면서 21세기 들어 세계는 중이온가속기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일본은 이미 2008년에 새로운 중이온가속기 건설을 마치고 이 분야의 선두 주자로 나서 또 하나의 노벨상을 노리고 있다. 미국, 독일, 중국 등도 새로운 가속기를 각자 건설하고 있다.

IBS의 라온 구축 일정은 이제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라온과 유사한 중이온가속기를 개발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라온 구축을 위한 모든 연구 결과가 우리나라 기초 및 첨단 기술의 새로운 역사가 되고 있다. 올해는 일부 주요 초전도 가속관 시제품을 제작, 성능 시험에 성공했다. 특히 아직 방사성 동위원소 가속에 사용된 적이 없는 새로운 방식의 가속관 시제품을 세계 최초로 제작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의 타 가속관과 대비, 더 우수한 성능을 보여 줄 것으로 기대된다.

라온 가속기 건설에는 4600억원이 소요된다. 그러나 부지 구입과 시설 건설 등을 포함하면 총 1조4000억여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계획이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5월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사업 추진 현황 종합 점검을 위해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위원회는 사업 점검 결과를 관련 분야 전문가들에게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의 하나로 최근 한국물리학회 기간에 '중이온가속기 구축에 대한 열린 대화의 장'을 개최했다. 이 행사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약 280명의 전문가들이 참석, 라온에 쏠린 뜨거운 관심을 보여 줬다. 참석자들은 라온이 당초 일정에 따라 완성돼야 한다는데 동의하는 한편 몇 가지 우려되는 점도 지적했다. 새로운 형태의 가속관 개발 불확실성과 활용 인력 양성 미진에 우려를 표명했다. 다행히 라온 관계자들은 이들 문제점을 이미 잘 파악하고 있었으며, 문제점 해결 방안이나 대안도 모두 준비해 놓고 있었다. 현재 가속기 활용 인력 양성과 시의적절한 실험 준비를 위해 정부와 IBS이 집중 연구 지원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어 곧 가속기 이용자를 위한 연구 여건은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라온을 이용한 연구 결과는 결국 우리 미래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며,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심어 줄 것이다. 오늘날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 기술과 방사선 암 치료 기술 등이 모두 핵물리 가속기연구소에서 개발됐음은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최근 일본 국민들은 일본 핵물리학자들이 원소번호 113번인 니호늄(니혼은 '일본'을 의미)을 발견하고 주기율표에 등재, 그들의 과학 기술 자부심이 크게 고양되기도 했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건설되고 있는 중이온가속기는 대부분 2022년 전후에 완공,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서 라온을 건설한다 해도 적기에 완공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지금 라온 건설에 매진해서 당초 계획대로 완공하고, 활용 인력도 하루빨리 양성해야 하는 이유다.

홍병식 한국물리학회 핵물리분과위원장(고려대 교수) bhong@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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