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에서 독자적인 배터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과 시설 투자가 활발하다. 친환경 규제를 적극 도입하는 유럽이 국내 배터리 업계 최대 시장으로 떠오르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경쟁자로서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독일 아카솔엔지니어링은 지난달 1000만유로(약 129억원)를 투자해 연간 600㎿h 규모 생산능력을 갖춘 배터리 팩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이는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로 연간 최대 3000대 전기버스에 배터리 공급이 가능하다. 패키징에 쓰이는 배터리 셀은 한국 업체로부터 제공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카솔은 현재 두 곳의 전기버스 업체와 공급계약을 맺고 있다. 향후 고객사를 추가로 확보하고 몇 년 내 연간 1만대 상용전기차에 배터리 공급이 가능하도록 생산능력을 늘릴 예정이다.
다임러그룹도 최근 2019년까지 10억유로 이상을 투자해 독일, 미국, 중국 등 전기차 배터리 팩 공장 5곳을 신규 가동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BMW는 전기차 배터리 연구개발에 앞으로 4년 간 2억유로(약 26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기술력을 자체 확보하려는 목적이다. 바스프 등 유럽 화학기업과 폭스바겐,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완성차업계는 유럽연합(EU) 주도 아래 유럽 전기차 배터리 업체를 공동 설립하는데 뜻을 모았다. EU는 내년 초 'EU 배터리 연합' 설립 로드맵 발표할 예정이다. 세계 최대 시계 업체인 스와치는 자회사 벨로노스클린파워를 통해 2~3년 내 전기차 배터리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도 돌입했다. 영국 청소기 업체 다이슨은 전기차와 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 각각 10억파운드(약 1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2020년까지 내놓겠다고 밝혔다.
유럽이 독자 배터리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유럽 각국이 이르면 2025년부터 내연기관차 퇴출에 들어가지만 현재 배터리 양산 기술을 가진 기업은 없기 때문이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중국 시장이 막히면서 유럽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진 국내 배터리 업계에는 위협이 될 수 있다. LG화학은 르노와 볼보 등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며 삼성SDI는 BMW 전기차 배터리를 독점 공급하고 있으며 SK이노베이션은 독일 다임러가 주요 고객사 중 하나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