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올해 내수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도 판매량과 점유율을 확대했다. 수입차 시장이 지난해보다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그랜저, 코나, 스팅어, 제네시스 G70 등 신차 판매가 성공했기 때문이다.
10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현대·기아차 올 해 11월까지 내수 승용차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2.2% 포인트 가량 증가한 63.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누적 판매량도 88만335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7% 가량 증가했다.
현대·기아차는 2009년 내수 점유율 74%를 기록하는 등 '독과점'에 가까운 영업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2013년 수입차 시장 급성장으로 내수 점유율이 68.2%로 떨어졌고 매년 하락세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한국지엠, 르노삼성차, 쌍용차 등 국산차 업체들이 신차를 앞세워 시장 장악에 나서면서 내수 점유율이 50~60% 선을 오가며 판매부진에 시달렸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내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국내영업본부부터 남양연구소까지 전사적인 전략을 세웠다. 고객 요구 사항을 신차에 최대한 반영하고, 시장 출시 순서와 시점까지 정교하게 배치했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차 신차를 교차로 출시해 양사가 시장에서 계속 주목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현대·기아차는 최근 4년 내 가장 높은 시장 점유율을 달성했다.
현대차는 올해 9.1% 가량 성장하며 국산차 중 가장 큰 성장세를 기록했다. 지난 연말 출시한 준대형 세단 '그랜저IG'가 월 평균 1만대 이상 팔린 덕분이다. 현대차 최초 소형 SUV '코나'도 월 평균 4200대 가량 판매됐다. 그 결과 현대차는 올해 내수시장 점유율이 33.5%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포인트 가량 늘어났다.
기아차는 올해 내수시장 실적이 신통치 않았다. 지난해보다 3.6% 가량 판매량이 감소했다. 이로 인해 시장 점유율 역시 지난해보다 0.9% 포인트 줄어든 29.8%에 그쳤다. 주력 차종인 SUV 판매량이 감소한 탓이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신차 '스팅어', '스토닉'이 가세하고, 쏘렌토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되면서 판매량은 회복세를 띄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지난해 내수점유율 60% 선이 무너졌을 때 전사가 위기감을 직시하고 2017년 시장 전략 수립에 매달렸다”면서 “특히 중형차, 준중형차 등 경쟁사에 빼앗긴 주력모델 주도권을 되찾고, 다양한 SUV 라인업을 구축해 올해 내수 신장이 가능했다”고 했다.
반면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는 올해 힘든 한해를 보내고 있다. 내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8%, 6.6% 감소했다. 시장 점유율 역시 한국지엠이 2.7% 포인트, 르노삼성차가 0.4% 포인트 감소했다. 지난해와 올해 출시한 SM6, QM6, 말리부, 크루즈 등 신차 판매가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이들 부진은 국내 승용차 시장 축소로 이어졌다. 올 들어 11월까지 국산 승용차 누적 판매량은 118만258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가량 감소했다.
올해 수입차 시장은 지난해 부진에서 벗어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11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21만2660대로 지난해보다 3.7% 가량 증가했다. 현 추세라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2015년(24만39900대) 수준까지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아우디, 폭스바겐이 사실상 '폐점'한 가운데 메르세데스-벤츠, BMW 판매가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