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법인세 최고세율을 낮추는 감세안을 통과시켰다. 여야가 법인세율 조정 구간과 최고 법인세율 등을 놓고 줄다리기를 펼치는 우리 국회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미국 상원은 2일(현지시간)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35%에서 20%로 15%P 낮추는 세제개편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이 세제 개편에 나선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 국정 철학이 자리한다. 고용과 임금을 늘림으로써 성장을 통한 분배를 이루는 방안이다. 법안이 효력을 발휘하면 미국 기업은 향후 10년간 1조5000억달러(약 1630조원) 세금을 덜 낸다. 1986년 이후 31년 만의 최대 감세다.
감세법안의 핵심 조항인 법인세 최고세율은 현행 35%에서 20%로 15%P 하향조정한다. 법인세 대신 개인 소득세로 대체하는 소상공인의 사업 소득에 대해서는 소득의 23%를 공제한 나머지에 대해서만 개인 소득세율을 부과하도록 했다.
아직 입법이 완료되지 않았고 상하원 조정 절차가 남았다. 하지만 공화당은 법 조항의 골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봤다.
미국의 법인세 인하 기조가 우리나라의 법인세 인상 논의에 변곡점으로 작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한국 정부는 법인세 인상을 추진 중이다. 이를 두고 국회에서 여야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여당은 지난 8월 정부가 확정한 세법개정안과 같은 '과세 표준 20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기존 최고 법인세율(22%)보다 3%P 높은 25%를 적용하자는 방침이다.
국민의당은 최고세율을 24%로, 자유한국당은 23%로 할 것을 주장했다. 한국당은 과세표준 200억원 이하 구간의 세율을 낮추는 감세안도 제시했다.
재계는 미국의 법인세 인하 시도를 언급하면서 한국 정부의 인상 방침에 우려를 표시했다. 우리 기업이 주요 경쟁국 업체보다 법인세를 많이 내는 상황에서 세 부담이 더 커지면 경쟁력을 잃는다는 설명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달 27일 2000억원 초과 대기업이 지난 5년간 이미 전체 법인세의 49.2%를 부담하고 있다며 특정 기업 부담 증가 문제를 지적했다.
지난 8월 세법개정안 발표 당시 기획재정부 분석에 따르면 과세표준 2000억원 이상에 최고세율 25%를 매길 경우, 2016년 신고 기준으로 129개사가 연 2조5599억원을 추가 부담한다. 연구개발(R&D) 세액 공제 축소, 설비투자 세액 공제 축소 안의 영향(5500억원 증세)까지 모두 고려하면 정부와 여당안에 따른 대기업의 세 부담 증가분은 약 3조1000억원에 이른다.
최고세율만 23%로 올리는 야당 일부안을 적용해도 과세 표준 200억원 초과 기업 1100여개가 1조6000억원 정도 법인세를 더 내야 한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