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 인한 산업·경제 악영향과 문제점을 해결해야하는 것은 이들이 한국 ICT 산업 생태계 안에 섞여 있기 때문이다. 병폐는 빨리 도려내야 한다. 이미 늦었을 수도 있다. 문제를 알았을 때가 가장 빠른 것이듯 사회 논란이 되고 있을 때 문제 해결의 근원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글로벌 ICT 기업의 한국 사업 뿌리는 ICT라고 칭하기에도 부끄러운 척박한 환경에 대한 '대외 원조' 성격으로 시작됐다. 진출 테이프를 끊은 IBM은 1967년 한국법인을 설립, 경제기획원 조사통계국에 한국 처음으로 IBM시스템 1401컴퓨터를 공급했다. 한국IBM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에 정보통신 인프라와 인력을 제공하는 등 대회 성공 개최를 뒷받침했다.
1967년 한국 비즈니스를 시작한 일본 후지쯔는 1974년 법인을 설립했다. 후지쯔가 한국생산성본부에 제공한 메인프레임 '파콤 222'는 한국 컴퓨터 산업 저변 확대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후지쯔는 이후 한국 소프트웨어(SW) 산업에도 다양한 노하우를 전수했다.
1980년대에는 휴렛패커드(HP)와 내셔널어드밴드시스템(나스)이 한국 사업에 뛰어들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전후 한국의 급성장기와 맞물려 글로벌 ICT 기업의 한국 진출은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PC 보급에 따른 하드디스크, 중앙처리장치(CPU), 메모리 등 부품과 프린터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텍사스인스트루먼츠, 인텔에 이어 이듬해인 1989년에는 한국오라클이 설립됐다. 이때까지는 한국의 성장 과실이 글로벌 기업의 성장 자양분으로 활용되던 시기다.
통신 산업 발전과 함께 퀄컴은 1994년에 한국법인을 차렸다. 한국이 인터넷 산업에서 폭풍 성장한 2000년대 이후 구글(2006년)과 페이스북(2010년)이 한국 지사를 설립했다. 2007년엔 글로벌 통신장비 기업인 화웨이가 한국법인을 설립했으며, 클라우드 컴퓨팅 대표 주자인 아마존웹서비스(AWS)는 2012년 한국에 진출했다. 이 시기는 한국 기업은 물론 글로벌 기업의 경쟁이 본격화되는 시기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아래 모든 정부의 지원이 중단되고 기업 간 무한 경쟁에 들어갔다. 이때가 한국에서 글로벌 기업의 불공정이 축적되고, 성과가 한국에 남지 않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시기라 할 수 있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